[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우유가 매일 배식되던 초등학생 시절 흰 우유가 싫어 친구에게 주거나 초코·딸기 분말 등 타 마신 기억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때만큼 지금까지 흰 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아마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흰 우유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상황은 더욱 나쁘다. 비대면 수업이 늘자 우유 급식을 안 하는 학교가 생겼다. 출산율 감소도 영향을 미친다. 우유를 마셔야 하는 아이들이 점점 줄고 있다.
■ 하락 곡선 그리는 흰 우유 판매량..유업계의 운명은?
흰 우유 사정도 안 좋은데 올해 유업계는 잡음도 많았다. 우선 원유 가격에 대한 이야기다. 올해 낙농가의 원유 가격이 오르자 우윳값이 잇따라 올랐다. 원유 가격이 오른 배경에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있다. 수요·공급과 관계없이 생산비를 반영해 원유 가격을 책정하는 제도다.
취지는 낙농업 보호다. 탄력적인 우유 공급량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문제는 가격 책정 시 생산비 지표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이 덕에 원유 가격은 2년에 한번씩 올랐다. 반면 우유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22일 식품산업통계정보 품목별 소매점 매출액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우유 매출액은 1조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전체 매출인 1조1244억원에서 7% 감소한 셈이다. 우유 매출액은 상위 4개 기업 모두 줄었다. 감소율이 가장 큰 기업은 매일유업 14%, 작은 기업은 서울우유로 2%를 기록했다. 남양유업은 우유 매출 2위를 지켜내는 의외의 성적을 거뒀다.
정부는 우유 용도에 따라 가격 차이를 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내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낙농가의 반발이 심해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농식품부는 원유 가격 결정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우유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기업별 논란도 잇따랐다. 불가리스 사태로 경영 위기를 맞은 남양유업은 각종 논란에 휩싸여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하는 등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경영권 매각이 무산된 후 현재는 지분을 놓고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우유는 최근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광고로 논란을 빚었다. 재빠른 사과문 게재에도 비난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 국내 우유 대신 대체우유·수입우유 수요↑..우유 아닌 새 먹거리 강화
국내 우유 소비 감소 원인 중 하나는 대체우유·수입우유 시장의 성장이다. 대체우유는 건강·비건·가치소비 트렌드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다. 수입우유 소비는 멸균유를 대량 구매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유통기한이 약 1년 정도로 긴데다 가격도 국산 우유보다 1000원 가량 저렴하다.
국내 유기업들은 신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매일유업은 대체우유 와 함께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적극적이다. 올해 매일두유와 아몬드 브리즈, 어메이징 오트로 콩·아몬드·귀리를 활용 식물성 우유 라인업을 갖췄다. 성인영약식 브랜드 셀렉스는 건강 트렌드와 맞물려 성장세다. 셀렉스 사업부를 분리해 건기식 카테고리 확장은 물론 해외 진출도 시도할 방침이다.
서울우유는 우유 활용 제품군 다양화에 힘쓴다. 서울우유는 조합원들이 협동·출자한 우유협동조합으로 조합원들의 원유를 받아 제품을 생산한다. 조합 특성상 우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대체우유보다는 우유 활용 카테고리에 집중해야 하는 구조다. 올해 서울우유는 가공유 라인업을 흑임자·귀리·달고나·살롱밀크티 등을 확장하고 치즈와 발효유, 치즈 활용 간편식 등 제품도 지속 출시 중이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유는 잘 상하는 신선식품인 만큼 온라인 시장에서의 한계가 뚜렷하다”며 “우리나라와 타국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 원유 생산비도 더욱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흰 우유 사업에만 의존하기에는 수요가 주는데 원유 인상 등 부담이 커 대체우유 등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대체우유 시장의 경우 규모 자체는 작아 흰 우유를 따라가기 힘들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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