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비상식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공식품은 단연 라면일 것이다.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라면은 손색없는 구호식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라면에 대한 공감대는 해외에서도 유효한 듯하다. 물론 한류 영향도 컸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는 농심뿐 아니라 오뚜기·삼양 등 주요 라면사의 국내외 실적을 끌어올렸다.
■ 작년 호황이던 라면업계..올해 실적은 무슨 일?
지난해 라면업계는 코로나 재난상황에도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호황을 누렸다. 올해 상반기는 작년의 기저 효과로 매출이 비교적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더 크게 줄어 반토막 났다. 코로나 이후 원·부자재 가격 인상 및 해외 운송비 등 부담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라면업계가 줄줄이 가격을 인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해 1분기~3분기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라면 3사는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이중 라면사업 비중이 큰 농심과 삼양의 타격이 특히 심했다. 농심은 전체 중 78%, 삼양식품은 96%이 라면 매출이다.
21일 공시에 따르면 농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도 5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손실을 맛보았다. 원가 부담이 실적에 여실히 드러났지만 라면업계는 판가 인상 앞에서 눈치만 봤다. 라면은 서민식품 대표주자로 가격 저항이 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월 오뚜기가 라면값 인상을 발표했다가 닷새 만에 철회한 바 있다. 13년 만의 인상임에도 설 연휴 간 생활물가 인상 이슈와 함께 부정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올해 8월 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농심과 삼양도 잇따라 라면 값을 올렸다.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 생활필수품 가격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5개 묶음 평균 가격은 농심 신라면이 3807원, 삼양식품 삼양라면이 3402원, 오뚜기 진라면이 3119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판가인상을 통해 라면업계는 내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전통 라면만으로 부족하다..‘비비고 볶고’ 경쟁 나선 라면업계
올해 라면시장은 유독 분주했다. 전통 라면강자 간의 치열한 판 뒤집기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농심은 올해 비빔면과 볶음면 시장에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여름 별미로 떠오르는 비빔면은 팔도비빔면이 부동의 1위다. 팔도비빔면은 작년 기준 점유율 60%, 뒤이어 오뚜기 진비빔면이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배홍동 비빔면을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신라면 볶음면도 화제를 모았다. 라면 1위 신라면 브랜드를 입은 신라면 볶음면은 출시 3주 만에 1100만개 판매고를 올렸다. 농심은 올해 두 제품의 성적을 모두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배홍동 비빔면의 경우 팔도의 독보적인 점유에도 2~3위 수준의 인지도를 얻어 성공적이라는 분위기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압도적인 볶음면 시장 1인자다. 삼양식품은 올해 삼양 비빔면과 삼양 비건라면으로 라면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본래 불닭볶음면은 볶음면 시장 전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이다가 올해 신라면 볶음면이 볶음면 시장 규모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 꿈나무의 새로운 도전도 돋보인다. 풀무원은 지난해 라면시장 진출에 이어 올해 비빔면으로 라면 사업을 강화했다. 특히 비건 라면 정면·정비빔면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른 비건 틈새시장 공략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림은 최근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 입성했다. The 미식 브랜드 첫 제품 장인라면은 라면 품질을 높인 고급 가정간편식을 표방한다. 품질을 높이는 만큼 가격도 높이 책정했다. 장인라면 편의점 가격은 한 봉지 당 2200원이다. 기존 프리미엄 라면인 농심 신라면 블랙과 오뚜기 진짬뽕이 17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낮은 가격은 아니다.
기존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절반 이상, 오뚜기와 삼양식품, 팔도 등 상위 4사의 점유율이 약 96%에 달한다. 풀무원과 하림의 도전은 내년 라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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