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1/주류] 부담 없는 음주문화 정착..‘소맥’ 지고 ‘저도수·무알콜’ 뜨고

김제영 기자 승인 2021.12.20 16:18 | 최종 수정 2021.12.20 16:28 의견 0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수제맥주 곰표 밀맥주와 제주위트 에일, 와인 옐로우테일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술자리를 즐기는 누군가에게 올 한 해는 다소 아쉬운 기억으로 남을지 모른다. 기대했던 연말도 연기처럼 사라졌으니 말이다. 모임은 저 멀리 물 건너갔다.

물론 술자리가 없다고 술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종은 더욱 다양해졌다. 부어라 마셔라 회식 대신 가볍게 즐기는 홈술·혼술 문화가 자리 잡았다. 코로나 이후 주류시장에는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주종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 박힌 돌, 전통 강자 ‘소·맥’의 웃지 못 할 한 해

하이트진로 소주부문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감율 [자료=메리츠증권 리포트]

소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 시작된 작년 하반기부터 줄곧 내리막이다.

파란 두꺼비의 진로와 참이슬이 유명한 하이트진로는 소주 1위 기업이다. 소주 시장점유율은 60% 이상으로 추정된다. 소주 강자인 하이트진로 소주부문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 하락해왔다. 올해 소주 부문 영업이익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칠성 소주부문은 별도 집계되지 않는다. 소주 매출액은 작은 변동 폭에서 작년과 유사한 실적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연말 회식 수요가 강한 소주는 올해 단계적 일상 회복에서 반전을 기대했으나 성수기 예상치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할 전망이다.

오비맥주 실적 추이 (단위:억원) [자료=공시]

맥주는 코로나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맥주 1위 오비맥주의 자리는 굳건하지만 내실은 아쉽다. 뜻밖의 수제맥주 열풍으로 적잖은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오비맥주는 매년 한 해를 통틀어 내는 감사보고서만 공개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2019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하락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945억원으로 2년 전보다 40% 이상 줄었다. 올해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오비맥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번의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다.

수제맥주 OEM을 적극 추진한 롯데칠성은 올해 전년 대비 맥주 매출액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테라 출시 이후 지난해 맥주 부문에서 흑자 전환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지켜 선방했다.

■ 굴러들어온 돌, 날개 돋친 ‘저도수·무알콜’ 등 각양각색 주종의 다양화

유흥시장의 몰락에도 ‘가정시장’의 성장이 주류 기업의 방패막이가 돼줬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주류시장에서의 가정용 주류시장 매출 점유율은 60~70%까지 치솟았다. 가정시장의 특징은 ‘부담 없는’ 음주다.

롯데칠성 처음처럼과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자료=각 사]

소주는 순해졌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은 올해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다. 진로이즈백도 16.5도다. 소주 도수를 낮춰 저도주 트렌드에 따르는 모양새다.

더 낮은 도수에 맛을 첨가한 과일 리큐르도 한정 선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아이셔에이슬의 인기에 힘입어 메로나에이슬로 이색 콜라보를 완성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빠삐코, 무학은 민트초코 좋은데이로 이목을 끌었다.

맥주는 더욱 다양해졌다. 지난해 곰표 밀맥주가 불 지핀 수제맥주 열풍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9년 800억원에서 지난해 37% 성장한 109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칠성과 오비맥주는 수제맥주사와 협업해 OEM 생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하이트제로0.00,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카스0.0 [자료=각 사]

더불어 무알콜 맥주도 등장했다. 국내 주류 3사 하이트진로·롯데칠성·오비맥주와 함께 칭따오·하이네켄 등 해외 주류업체도 국내 무알콜 시장에 동참해 판을 키웠다.

수입주류에서는 와인의 성장이 압도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수입주류 판매 1위는 수입맥주를 제친 와인이다. 올해 1~11월 국내 와인 수입액은 4억1311만달러로 연간 최대 수입규모다.

와인 유통채널은 마트와 편의점이 강력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와인 구매경험 조사 결과 수입 와인의 주요 구매 장소는 대형마트가 72.8%로 가장 많았다. 편의점은 다른 채널 대비 주거 접근성이 좋아 와인 판매량이 급증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연말을 맞아 각종 프로모션을 마련하는 등 와인 행사에 분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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