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사 임단협 파행..노조 총파업 초읽기 돌입

금융노사, 임금인상률 합의점 못 찾아
중노위 조정 절차도 무산..노조, 쟁의권 확보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 92.47% 찬성 가결
“내부회의 거쳐 이달 말 내달 초 총파업 실시”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9.03 11:40 | 최종 수정 2021.09.03 11:41 의견 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3일 오전 10시 30분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2021년 임단투승리 총력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가운데)이 조합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채널 캡처]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노조와 사용자간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이 파행으로 가고 있다. 쟁위권을 확보한 금융노조는 온·오프라인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총파업 위한 불씨를 피우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3일 오전 10시 30분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2021년 임단투승리 총력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4월부터 18차례의 실무교섭과 5차례 대표단교섭, 4차례 대대표 교섭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제시된 조정안도 노사 양측 모두 수용을 거부하면서 쟁의 조정 절차마저 중단됐다.

전날 금융노조 산하 38개 지부 전국 분회에서 진행된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92.47% 찬성으로 가결됐다. 재택근무 영향으로 투표율은 73%로 예상보다 낮았지만 전체 9만151명 조합원 가운데 6만1075명이 쟁위행위에 동참할 뜻을 밝힌 셈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이 전례없는 이익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노사간 교섭이 예상과 달리 막다른 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점은 사용자 단체인 은행연합회 회장과 사측 교섭위원들의 시종일관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라고 꼬집었다.

금융노사가 가장 크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임금 인상률이다. 당초 금융노조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경제성장률 3.0%와 물가상승률 1.3% 전망치를 고려해 4.3%의 임금 인상률을 제안했다. 저임금 직군의 경우는 임금차별 해소를 위해 8.6%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사용자측은 은행 경영환경의 리스크 부담이 크고 은행원 임금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0.9% 인상률을 제시했다. 중노위에서 제시한 2.2%의 조정안은 노사 모두가 수용을 거부했다.

지난해 금융노사가 코로나19 위기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1.8%의 임금인상률에 합의하고 인상분 절반을 근로복지진흥기금으로 조성했던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노동자들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과 중소기업 금융지원 확대 등 가중된 업무를 수행해 왔다”면서 “연간 수억 수십억을 챙기는 금융 사용자들은 그러한 결과가 마치 자신들의 경영능력 덕분이라는 듯 금융노동자들이 흘린 피와 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점 폐쇄 시 노사 합의절차 신설’은 금융노조의 핵심적인 요구사항 중 하나이다. 대규모 점포 폐쇄 시 노동조합과 협의하도록 한 기존 산별합의와 금융감독원의 강화된 점포폐쇄 절차만으로는 가속화되고 있는 점포폐쇄에 제동을 걸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2012년 7698개에 이르던 은행 점포 수는 2020년 6409개로 1289개 줄었고 코로나19가 강타했던 지난해에만 303개의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았다. 영업점 수와 일자리 수는 비례해 2015년 8만3924명이던 은행 직원 수는 지난해 7만4311명으로 9613명 감소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점포 폐쇄와 직원 감축은 그 이유도 기준도 오직 수익성이었다”며 “그 사이 금융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증가했고 금융소외계층은 늘어났으며 일자리는 사라져 갔다”며 영업점 폐쇄 시 노사간 합의절차 신설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쟁의조정이 결렬된 뒤 사업장 1인 시위와 사측대표자 항의방문을 진행 중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과 김동수 수석부위원장은 전날 허인 KB국민은행장을 항의방문해 산별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25일 신한은행장 항의방문을 시작으로 올해 교섭대표 사측위원인 경남은행장, 기업은행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항의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오는 10일 산별 임단투 승리를 위한 금융노조 온오프라인 총파업 결의대회는 전국 7000개 금융사업장을 점령해 동시 1인 시위를 전개할 것”이라며 “24일부터 중식시간 동시사용 태업 등에 돌입한다. 내부 회의를 거쳐 9월 하순 또는 10월 초순경 전면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국책금융기관 등이 속한 금융노조는 임단협 산별협상 합의 이후 지부별 보충교섭을 진행한다. 사용자측 대표 6인과 금융노조측 대표 6인이 만나 전체 사업장을 대신해 공동 교섭을 진행하고 회원사는 이를 따르는 방식이다.

올해 사측 대표교섭단은 사용자협의회장을 비롯해 신한은행, 경남은행, 국민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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