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금리 인하기 파고 넘는 시중은행들..‘고객·영업’ 중심 조직 탈바꿈

윤성균 기자 승인 2025.01.14 10:45 의견 0

불확실성 확대와 장기적 경기 침체.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찾아왔지만 새해 전망이 어둡다. 국내 경제는 대외 환경 악화와 내수 경기 침체로 1%대 성장이 전망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에 따른 보호 무역 장벽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불안감을 키운다. 특히 대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취약한 금융·부동산 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 보다 팽배하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위기 극복을 기회로 한층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주요 업권·기업별로 제시된 해법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가계대출 억제 정책 영향으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둬온 시중은행들이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기존 이자이익 중심 수익 구조로는 성장세 둔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자료=각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조직 쇄신과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자 중심의 이익 구조에서 탈피해 지속가능한 성장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5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을 제외한 4곳의 수장이 교체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 이환주 KB국민은행장 “과감하게 재정의·재설계해야”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새로고침’의 방식으로 조직을 직시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리테일, 기업금융,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 디지털 등 각 비즈니스가 지향하는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본질적인 측면에서 통찰하며 재정의(Re-Define)하고 재설계(Re-Design)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환주 행장은 “고객의 눈높이에서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를 끊임없이 찾고 집단지성과 과감한 새로고침의 방식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재정의-실행-평가(Redefine-Do-See)’의 절박한 혁신 과정을 반복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본부조직의 과감한 슬림화를 단행했다. 기존 31본부 139부 체제를 27본부 117부 체제로 줄이고 본부에 있는 관리·지원 업무조직을 효율화하는 등 조직의 체질개선을 강화했다.

영업환경 변화에 맞춰 여의도, 광화문, 강남 등 주요 지역에 본부가 직접 관할하는 지역본부를 운영한다. 또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게 전문적인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요 영업점에는 기업금융(SME) 전담 지점장을 신규 배치했다.

■ ‘영업통’ 이호성 하나은행장 “고객을 최우선”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33년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경영 철학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이호성 행장은 “은행의 존재 이유인 ‘손님’에 집중해 모든 과정에서 손님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며 “‘손님 퍼스트’ 기업문화를 하나은행의 DNA로 뿌리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고객 중심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그룹의 시니어 특화 서비스인 ‘하나 더 넥스트(HANA THE NEXT)’의 성공을 위해 자산관리그룹을 ‘하나 더 넥스트’ 사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자산관리그룹 내 하나더넥스트본부를 신설함으로써 (뉴)시니어 사업 본격화 및 컨설팅 강화 등 자산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 조직을 운영한다.

또 관리 체계 변화를 통한 전행적 영업문화 개선과 내실있고 밀도있는 고객 관리를 위해 영업지원그룹 내 ‘손님관리시스템부’를 신설했다. 고객 관리 프로세스를 지속 점검하고 개선 과제를 발굴해 영업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

■ 정진완 우리은행장 취임 첫 행보는 ‘기업금융’ 강화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남대문시장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를 방문했다. 중소기업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은행장답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방문으로 취임 첫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특히 메인비즈협회는 유망 중소기업 선정과 육성,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돕는 곳이다. 지난해 2월 우리은행과 협약을 맺고 기업 구매활동을 디지털화하는 ‘원비즈플라자’와 연계해 유망 기업들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 고도화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는 우리은행이 지난 2023년부터 추진 중인 장기 경영목표다. 올해 조직개편에서는 기존 중소기업그룹과 대기업을 ‘기업그룹’ 하나로 통합해 조직 슬림화와 효율성 꾀했다.

정 행장은 취임식에서 “고객과 동반성장하는 ‘상생’은 은행의 존재 이유”라며 “정부 금융정책에 발맞춰 실물경제에 원활한 자금공급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 취임 일성

그룹 내 디지털 전문가로 평가 받는 강태영 신임 NH농협은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선언했다.

강 행장은 “비대면,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고객접점을 반영한 새로운 고객 전략을 제시하고 고객의 일상에 금융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다양하고 편리한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며 “오픈이노베이션,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업무 자동화로 효율성과 혁신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설 연휴인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전자금융서비스를 일시중단한다. 2023년부터 추진해 온 디지털금융 플랫폼 전환 구축사업의 막바지 단계다. 이번 디지털 금융 시스템 개편이 마무리되면 슈퍼앱 ‘올원뱅크’의 리뉴얼만을 앞두게 된다.

■ 2기 맞은 정상혁 신한은행장 “고객몰입조직으로 전환”

5대 시중은행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경영환경 변화에 맞춘 ‘성장방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행장은 지난 3일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기업가치 밸류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잘해왔던 자산성장 중심의 영업에 더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적 성장을 위한 신한은행의 해법은 ‘고객몰입조직으로의 전환’이다. 연말 조직 개편에서 조직역량의 연결과 확장은 더욱 확대하고 디지털사업과 현장의 영업력은 강화했다. 플랫폼사업 성과 창출을 위해 플랫폼 비즈 중심 조직을 신설했고 채널부문과 영업지원부를 개편해 현장 영업력을 강화했다.

정 행장은 신년사에서 “비효율적인 사업과 자산은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 영역에 자원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안정적 수익 기반을 바탕으로 신한의 장기 성장 동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