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확대와 장기적 경기 침체.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찾아왔지만 새해 전망이 어둡다. 국내 경제는 대외 환경 악화와 내수 경기 침체로 1%대 성장이 전망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에 따른 보호 무역 장벽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불안감을 키운다. 특히 대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취약한 금융·부동산 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 보다 팽배하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위기 극복을 기회로 한층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주요 업권·기업별로 제시된 해법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해 제4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기존 인뱅 3사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와 수익원 다각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제4인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는 올 3월 25~26일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신청서 접수 후 2개월 이내 예비인가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예비인가 취득 사업자가 있을 경우 본인가를 진행한다. 본인가는 1개월 정도가 소요돼 빠르면 상반기 중 제4인뱅 승인이 날 수도 있다.
지난달 진행된 제4인뱅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여한 핀테크·IT·금융사는 총 44곳이었다. 현재까지 인가 신청 계획을 밝힌 곳은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6곳이다.
이 중 더존뱅크·한국소호은행·유뱅크·소소뱅크는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표방하고 있고 AMZ뱅크는 농업인과 MZ세대를, 포도뱅크는 해외동포를 겨냥했다. 금융당국이 제4인뱅 인가에서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혁신성은 물론 포용성도 중요하게 평가하겠다고 한 만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특화은행의 탄생이 전망된다.
■ 규제·시장 불확실성에 성장·혁신 묶인 인뱅 3사
제4인뱅의 등장을 지켜보는 기존 인뱅인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속내는 복잡하다. 새로운 인뱅 사업자가 추가되면 금융업권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서비스 경쟁이 더욱 촉진되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뱅 3사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여파로 성장이 묶인 상태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인뱅을 지목하면서 가계대출 영업이 사실상 막혔다.
각사의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보면 인뱅 3사의 지난해 3분기 총여신 잔액은 73조7799억원이다. 전분기 기록한 73조94억원 대비 1.06% 성장에 그쳤다. 특히 토스뱅크의 경우 가계대출은 물론 기업대출도 줄면서 총 여신 규모가 14조7828억원에서 14조6994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올해 지속 가능한 성장성 확보와 더불어 인뱅 3사는 각자의 도전 과제 역시 마주하고 있다.
■ 카카오뱅크, 밸류업 계획 중점 추진
인뱅 3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카카오뱅크는 올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의 실행이 가장 큰 숙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 ▲고객 수 3000만명 ▲자산 100조 ▲수수료·플랫폼 수익 연평균 20% 성장 등 장기 사업 목표를 골자로 한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전략의 두 축으로 ‘성장 지속’과 ‘혁신의 확장’을 제시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압도적인 트래픽·인게이지먼트를 기반으로 순이자마진(NIM), 플랫폼 등 수익 모델을 최적화해 운영하고 핵심 경쟁력을 글로벌, 투자·M&A 영역으로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밸류업 방향성에 맞춰 새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미래먹거리인 AI와 신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 그룹으로 승격됐고 은행업과 플랫폼 등 전반적 영업을 총괄하는 뱅킹그룹이 신설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성장 중심의 밸류업 전략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핵심 과제에 맞춘 조직개편을 실시했다”며 “대내외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IPO 재수생’ 케이뱅크, 기업가치 제고 숙제
기업공개(IPO) 추진을 재차 연기한 케이뱅크 역시 기업가치 제고 숙제를 풀어야 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고 IPO를 추진해 왔다. 10월 상장을 앞뒀으나 공모 물량 및 공모가의 이견이 커지자 상장을 중단했다. 올해 초까지 공모구조를 변경해 상장을 재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주식시장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케이뱅크는 올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리테일 ▲SME(중소기업대출)·SOHO(개인사업자) ▲플랫폼 등 세 가지 부문을 중심으로 향후 성장 계획을 짰다.
최우형 케이뱅크 대표는 신년사에서 “개인과 기업시장을 양대 성장 축으로 삼아 고객 기반을 1500만명까지 확대하겠다”라며 “비대면 소호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라며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 재추진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 연간 흑자전환 앞둔 토스뱅크, 지속가능 성장동력 구축 목표
인뱅 막내격인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 첫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3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4분기에도 무난한 실적을 낸다면 출범 3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케이뱅크는 출범 4년 이후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토스뱅크는 여수신 모두 상품 다각화 전략이 주효했으며 여신부문에서는 소비자 효익을 높인 신상품의 성장이 자산 안정성 개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토스뱅크 3분기 고객수는 1100만명으로 전년 동기(799만명) 대비 39% 증가했으며 11월 말 1150만명으로 빠른 성장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로 가계대출 핵심 상품인 주택담도대출 출시가 미뤄지고 있는 점은 숙제다. 토스뱅크는 여신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과 지방은행과 협업 상품인 ‘함께대출’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연간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상품을 내부적으로 발굴 중이며 함께대출과 같은 협업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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