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외식 물가가 3년째 3%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식비용 상승에 구내식당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수요가 몰렸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오르면서 런치플레이션 부담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전년대비 3.1%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년(6.0%)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2.3%)보다 높다.
외식 물가지수는 ▲2022년 7.7% ▲2023년 6.0% 각각 오른 데 이어 3년 연속 3%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2012년 이래 12년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웃돌았다.
주요 외식 메뉴별 가격 상승률을 보면 도시락 가격이 5.9%로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이어 떡볶이 5.8%, 햄버거 5.4%, 김밥 5.3% 등이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비자 선호 8개 외식 메뉴의 서울 기준 평균 가격 상승률은 4.0%였다. 메뉴별로 보면 김밥이 지난해 1월 3323원에서 지난 11월 3500원으로 5.3%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짜장면은 7069원에서 7423원으로, 비빔밥은 1만654원에서 1만1192원으로 5.0% 각각 올랐다.
2019년부터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에 편입된 편의점 도시락은 전년대비 상승률이 ▲2020년 2.4% ▲2021년 0.6% ▲2022년 2.1% 등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다가 ▲2023년 5.2% ▲2024년 4.9%로 꾸준히 상승하며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편의점이나 슈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판매하는 삼각김밥 역시 ▲2022년 1.3%, ▲2023년 2.9% ▲2024년 3.7% 등으로 갈수록 상승 폭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구내식당 역시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다. 지난해 구내식당 물가는 전년대비 6.9% 올라 200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4% 이상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구내식당도 가성비 점심식사 장소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런치플레이션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주요 식재료 가격 상승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의 전년대비 상승률은 5.9%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의 2배를 웃돈다. 과일이 16.9% 올랐고 채소(8.1%)와 곡물(3.3%)도 상승했으나 축산물(0.7%↑)은 안정세를 보였다.
런치플레이션 현상은 올해에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 기조 속에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더해져 주요 수입 식재료 가격 상승세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와 환율 등 먹거리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점점 복합적이고 다양화하는 양상”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먹거리 물가지수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먹거리 가격 민감도가 심화하면서 유통업계의 가성비 먹거리 경쟁도 다시 점화할 조짐을 보인다.
이랜드킴스클럽은 애슐리퀸즈 뷔페 메뉴를 3990원 균일가 가정간편식으로 개발한 '델리 바이 에슐리'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4월 출시 이래 현재까지 200여종을 선보였는데 300만개 넘게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에 맞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가성비를 강조한 어메이징 델리와 요리하다 브랜드로 가정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편의점에선 1000원대 김밥도 등장했다. 이마트24는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김밥 대비 평균 45%가량 저렴한 1900원짜리 김밥과 3600원짜리 비빔밥 간편식을 각각 출시해 초저가 먹거리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