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확대와 장기적 경기 침체.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찾아왔지만 새해 전망이 어둡다. 국내 경제는 대외 환경 악화와 내수 경기 침체로 1%대 성장이 전망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에 따른 보호 무역 장벽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불안감을 키운다. 특히 대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취약한 금융·부동산 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 보다 팽배하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위기 극복을 기회로 한층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주요 업권·기업별로 제시된 해법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건설업계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촉발된 불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내수부진과 환율 급등, 대출 규제 악제를 버티지 못한 나머지 새해부터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업황은 이제 한계에 몰렸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건설사들 국내 주택사업에선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해외와 비주택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불황 극복을 준비 중이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건설사가 해외 건설 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은 371억1000달러로 집계됐다. 해외 사업에 도전한 지 59년만에 누적 수주 1조달러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 불황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주택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이미 작년 폐업 건설업체 3400곳, 부도 건설업체 30곳 등 건설업계의 심각한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현상 지속과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되고 회복될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2년 넘게 지속된 공사비 인상 문제는 지난달 비상계엄사태 이후 치솟은 환율로 인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악성 물량인 준공 후 미분양도 11월 기준 1만8644세대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무려 78.2% 급증했다. 미분양과 공사비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신동아건설은 이달 초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올해 더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 위험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악제가 거듭되자 건설사들은 올해 내실 경영 방침과 해외 사업을 강조하며 극복에 나섰다.
먼저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다가올 3년 중 올해가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부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이 핵심가치와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신년사를 바탕으로 대우건설은 해외사업을 확대하면서 위기 극복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오는 3월 24조원 규모 체코 원전 사업에 대한 본계약 체결을 앞둬 해외사업에 대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지역 다변화도 노린다. 건설사 진입 문턱이 높은 북미지역 진출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유럽에서의 개발 사업 확보 역시 추진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는 비주택 부문을 강화해 해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신년사에서 플랜트 사업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며 해양풍력사업과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포스코이앤씨가 미래 에너지에 관심을 보인 것은 친환경 에너지가 건설사의 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탈탄소화 기조로 화력발전 관련 수주는 감소한 대신 신재생에너지·원전에 대한 수요는 확대되고 있어 향후 발주 기대가 큰 영향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계속해서 SMR 사업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스웨덴 민간 개발사 칸풀넥스트와 스웨덴 SMR 사업 개발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유렵 SMR 사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주택건설 시장에선 대부분 선별수주 활동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이른바 알짜 사업지 위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불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중단하고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과거 수주·영업은 자본과 브랜드 이점을 바탕으로 했다면 현재는 리스크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돈이 되는 사업을 구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경영 방침을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에 이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해 브랜드파워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기존에 추진 중이던 핵심 지역 진입 전략을 완성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6년 연속 정비사업 수주 1위를 달성한 현대건설 역시 선별수주기조를 유지하며 압구정 2구역과 성수 1구역, 여의도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을 노리고 있다. 압구정 2구역과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한강 변에 있고 성수 1구역 역시 한강뷰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 높은 사업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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