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고 잘 깨진다"..유리 같은 변액보험, 증시 활황에도 '수입은 썩'

주식시장 호조에도 변액보험료 전년比 4.9%↓
직접투자 선호 및 수익 확정에 따른 해지 증가
"변액보험은 반짝 돈 버는 수단 아닌 장기적 상품"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7.02 11:20 의견 0
X
변액보험 해지 추이 [자료=보험연구원]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증시 활황 덕에 변액보험 판매가 늘었지만 수입보험료는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호조에 힘입어 투자성 상품인 변액보험으로 추가수익을 노리는 새 고객과 보험을 깨고 직접투자로 갈아타는 기존 고객의 양상이 맞물려 올해도 '판매'와 '해지'가 평행선을 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보험연구원의 '2021년 수입보험료 수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생명보험 전체 수입보험료는 전년보다 1.7% 늘어난 121조7000억원으로 전망됐다. 다만 퇴직연금을 제외하면 1.4%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부문별로 보면 퇴직연금의 수입보험료는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 확대 등으로 15.3% 늘고 보장성보험 역시 종신보험 시장 정체 등 악재에도 계속보험료(수입보험료에서 초회보험료를 제외하고 매월 납입되는 보험료)의 꾸준한 확대로 전년 대비 3.6% 성장이 예상됐다.

반면 변액보험의 경우 신규 판매가 확대돼도 해지 증가에 따른 계속보험료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특히 변액연금과 변액유니버셜보험을 포함한 변액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가 전년보다 4.9%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변액보험이란 보험과 펀드가 결합한 상품으로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 투자 성과를 나눠주는 상품이다.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이 상품 수익률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증시 여건이 좋을수록 가입 수요가 커지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주가 하락세였던 지난해 초 변액보험의 초회보험료는 감소세를 기록했다가 하반기 주식시장 회복세로 신규 가입이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지난해 변액보험 전체 초회보험료는 3조1044억원으로 전년대비 70.9% 증가했다. 초회보험료는 가입 이후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사의 신계약 창출 흐름을 측정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같은 신규 판매 확대에도 변액보험의 성장세는 둔화하는 모습이다. 직접투자 선호 현상과 수익 확정에 따른 해지 증가로 전체 수입보험료가 좀처럼 늘지 않아서다.

이런 까닭에 변액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2018년(16조8563억원) ▲2019년(15조7688억원) ▲2020년(15조4009억원)에 이어 올해도 14조6452억원(예상치)을 기록해 거듭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변액보험시장에서 독보적 1위인 미래에셋생명에도 장기계약 유지는 만만찮은 숙제다. 지난해 총 1조6424억원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를 기록해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장기 실적을 나타내는 '2년도 이후' 수입보험료는 전년(1조3218억원)보다 7.5% 줄었다. 변액보험을 단기에 중도 해약하는 고객이 늘면서다.

이에 대해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다양한 보증 옵션을 더한 변액저축성 상품 등을 개발하거나 마케팅 강화에 나섰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주식 등 직접투자로 갈아타는 현상이 확대됐다"며 "빠르게 수익을 확정하고자 하는 심리가 커진 점도 변액보험 해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원금 수준에도 못 미쳤던 변액보험 수익률이 주가 상승으로 개선되자 스스로 해약에 나선 계약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변액보험은 일반적으로 10년여가 지나야 원금을 찾는 수준에 도달하는데 이런 특성에 불만을 가진 고객을 타깃으로 일부 설계사가 행하는 '리모델링 영업(해약 후 신규 상품으로 유도)' 역시 해약을 부추겼단 게 업계 분석이다.

이밖에도 연구원은 올해 ▲경기회복세 지연 ▲미·중 갈등 심화 ▲금리 인상 여부 등 대내외적 잠재 위험 요인들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변액보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길게 가져갈수록 활용도가 높지만 최근 단기적인 수익 추구만을 위해 가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단기수익률에 연연하기 힘든 상품이란 점을 의식하고 가입 전 장기적 수익률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고 계약 후에도 스스로 투자 성향에 맞게 펀드를 구성하는 등 관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올해 수입보험료에 대한 추정 감소폭이 크지 않은 만큼 변액보험 자체 수익성에 미치는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