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에 올 3분기에만 21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상반기 발생한 32건을 포함하면 올해 금융사고는 총 53건이다. 지난해 발생 건수인 36건을 훌쩍 뛰어 넘은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은 내부통제 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체적발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별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보면 올해 3분기 총 21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은행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은행 6건, 우리은행 4건, 신한은행 2건, 하나은행 1건의 금융사고 발생했다.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적발건수는 올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6건이었던 5대 은행 금융사고는 2분기 26건, 3분기 21건 발생했다. 4분기는 아직 집계 전이지만 신한·우리·농협은행에서 사고금액 10억원이 넘어 공시된 건수가 벌써 4건이다. 10억원 미만 금융사고를 포함하면 4분기 금융사고 건수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고 유형별로는 횡령·배임이 각각 11·9건으로 많았다. 농협은행에서만 횡령 6건, 배임 3건이 발생했다. 국민은행에서는 횡령 1건, 배임 4건이 발생했고 신한은행에서는 횡령·배임이 각 1건씩 적발됐다. 하나은행에서는 횡령 3건, 우리은행에서는 배임이 1건 발생했다.
사고금액이 큰 것도 최근 은행권 금융사고의 주요 특징이다. 올 3분기에만 사고금액이 10억원 이상으로 공시 의무가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가 6건이다. 올해 누적으로는 총 14건이다. 이중 1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금융사고만 8건에 달한다.
지난해 총 36건의 금융사고 중 사고금액이 10억원이 넘어 공시 의무가 발생한 사고는 1건도 없었다. 올해 금융사고의 사고 규모가 유난히 컸다는 의미다.
이는 올해 금융사고가 여신부문에서 발생한 배임·사기에 따른 부당대출 사고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업점 대출 담당 직원이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실제 담보 가치 보다 부풀려 과다 대출을 내줬거나 차주가 사기로 허위 서류를 제출해 부당대출을 받은 경우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23일 업무상 배임으로 164억5459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전임 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하게 대출을 내준 건이다. 지난 10월 29일에는 사고금액을 여신 부실금액이 아닌 잔액으로 정정 공시하면서 사고규모가 249억894만원으로 늘었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현장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고금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농협은행도 지난 9월 121억원의 횡령사고에 이어 10월 140억원과 15억원의 사기 피해를 공시했다. 국민은행은 26억원, 신한은행은 13억원, 하나은행은 70억원의 배임·사기가 발생했다고 3분기 중 공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금융사고는 제3자에 의한 사기를 적발한 것이 대다수”라며 “허위서류를 제출해 부당 대출 받은 것을 회수하면 은행의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금융사고 적발이 늘어난 것은 내부통제 체제를 강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감사 인력 확충, 상시감시 체제 구축 등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추진하다 보니 금융사고 적발 건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공시된 은행권 금융사고의 발견 경위는 대부분 은행 자체감사를 통한 적발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으로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내부 감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다 보니 사고 건수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자잘한 금융사고들이 대형 사고로 커지기 전에 사전에 적발해 조치하다 보니 금융사고 적발 건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통제 체제가 자리 잡으면 장기적으로는 금융사고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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