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브랜드라"..당국도 손 못 쓰는 비자·마스터카드의 '과도한 수수료'

비자·마스터카드, '국내 결제분' 수수료 1095억원 받아
"국제 브랜드의 전세계 표준 수수료 체계..속수무책"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6.24 15:29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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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 카드사의 '과도한 수수료' 체계를 두고 국내 카드사들 사이에서 비판론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하늘길이 차츰 열리자 해외겸용 카드를 국내서만 써도 지급해야 했던 제휴 수수료가 '제 값'을 할까 기대하지만 이밖에 여러 명분으로 걷어가는 추가 수수료는 '국제 브랜드'란 이유로 마땅한 방어책이 없단 입장이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7개 국내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가 지난해 국내 결제분에 대해 해외 카드사(비자·마스터카드·유니온페이·아멕스·제이씨비·디스커버 등)에 지급한 수수료는 1094억26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카드사별로 국내·외 결제 합계 수수료를 보면 ▲마스터카드가 659억3500만원 ▲비자가 590억8700만원을 국내 카드사로부터 받았다. 두 카드사가 전체 수수료 수입의 91%를 차지한 것이다.

국내 카드사들은 국제 결제망 네트워크를 갖춘 해외 브랜드와 제휴해 소비자에 해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카드사들은 소비자가 해외겸용 카드를 국내서만 쓰더라도 이용금액의 0.04% 가량을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힌 지난해에도 해외 카드사에 막대한 수수료를 내야 했단 설명이다.

이밖에도 ▲카드 한 장 당 발급유지수수료 ▲거래 건당 데이터 처리비 등 다양한 분담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해외 카드사에 내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겸용 상품의 연회비를 국내용보다 평균 5000원 수준 높여 팔며 이같은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

'과도한 수수료'로 뿔난 카드사들의 심정은 제휴 비율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2016년까지 국내 점유율 1위를 달리던 비자카드가 그 해 해외이용 수수료를 기존 해외 이용금액의 1.0%에서 1.1%로 올리겠다고 하자 비자와 제휴를 끊고 마스터와 손 잡는 카드사가 늘어난 것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7개 전업카드사가 발급한 유효카드 중 마스터와 제휴한 비율은 28.2%로 ▲비자(20.3%) ▲유니온페이(5.5%) ▲아멕스(2.7%)가 뒤를 이었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뿐 아니라 해외 카드사들이 이처럼 수수료를 과도하게 챙기는 행위를 두고 불합리하단 불만을 오랜 시간 표출해 왔다. 다만 '국제 브랜드'란 우월적 지위에 당국조차 손 쓰기 어려운 모양이다.

예컨대 카드사들이 비자의 해외이용 수수료 개편을 두고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소했지만 무혐의 결론으로 지난 2018년 패소됐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안그래도 버거운 해외카드사 수수료에 비자가 해외이용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높이면서 마스터와 제휴하는 비율이 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해외 카드 결제를 제공하려면 아쉬워도 글로벌사와 협력해야 하는데 수수료 감당하기 버거운 건 사실이고 바꾸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해외여행이 가시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수요가 점차 늘면서 해외겸용 카드를 발급하거나 이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해외겸용 카드 10장 중 9장 가량이 국내서만 사용되고 있어 불필요한 수수료 지출을 막기 위해 국내 카드 발급을 활성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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