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삼성·SK·현대·LG 등 국내 4대 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 출범으로 미국 정계와 소통을 강화한다. 트럼프 1기 당시 형성했던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날 지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을 중심으로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 체제 구축에 나섰다. 삼성·SK·현대차·LG 등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형성한 네트워크와 해외 대관조직을 중심으로 이전 조 바이든 대통령 때처럼 트럼프를 직접 만날지가 관심사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전 세계 IT(정보통신) 기업인들을 위한 '테크 서밋'을 열었을 때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은 인물이다.
당시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던 중이어서 특검 출국 금지 조치로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직접 호명한 뒤 대미 투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7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서한을 통해 “확고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미국 경제회복을 가속화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축하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내년 2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참석을 위해 워싱턴DC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은 2021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TPD를 열고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과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동안 트럼프가 속한 미국 공화당 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며 소통해왔다. 정 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고위 관료들을 그룹의 해외 대관 담당으로 대거 영입했다.
2020년 로버트 후드 전 미국 국방부 법제처 차관보를 워싱턴사무소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에 앉히고, 올해 1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그룹 고문으로 합류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올해 3월 트럼프의 최측근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한국을 찾았을 때 직접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트럼프의 또 다른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올해 7월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현대차그룹 본사를 찾았다.
현대차그룹은 또다시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이끌 것으로 전망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제이미슨 그리어와 지난 3월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2년 트럼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영입해 새로 개설한 워싱턴사무소를 맡기고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대상으로 한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직접 워싱턴사무소를 찾아 헤이긴 소장 등과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성, 미 대선 이후 전망 등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은 해외 대관 조직도 강화해 인맥 구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해외 법인 관리와 현지 정·재계의 소통을 맡은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했다.
SK그룹은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인사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초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시켰다.
LG그룹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가동했다.
그룹 총수들도 트럼프와의 만남을 위해 물밑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기업별 총수들의 미국 방문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과 단독으로 만났던 것을 고려하면 향후 트럼프와도 같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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