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릿고개’ 1년 더 간다는데..현대차‧기아 노사 갈등까지 겹악재

박민혁 기자 승인 2021.06.08 09:47 의견 0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자료=현대자동차]

[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전 세계적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앞으로 최소 1년은 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전망 중 가장 비관적이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운송비용 상승과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사재기 등 복합적인 공급망 문제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 플렉스, 반도체 부족 사태 최소 1년은 더 지속될 것

지난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3위 전자제품위탁생산업체인 싱가포르의 플렉스는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앞으로 최소 1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플렉스의 공급망 담당 최고책임자 린 토렐은 FT에 “반도체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고객사들은 반도체 원재료 공급 여부에 따라 반도체 수급난이 내년 중·후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부 고객사들은 2023년까지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렉스의 레바티 애드바티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들이 미·중 무역분쟁 때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혼란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최근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생산 설비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시설 구축에 2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반도체 ‘보릿고개’에 현대차‧기아 노사 갈등까지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노사갈등도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에서 최대 쟁점은 일자리유지, 성과급 배분, 정년연장 등이다. 사진은 현대차 노조원들의 행진 모습. [자료=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홈페이지]

현대차그룹이 향후 5년간 미국시장에 74억 달러(8조1417억원)를 투자해 전기자동차를 현지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히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해외 투자와 현지생산이 이뤄지면 국내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사측이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지부는 “국가 간 관세 문제에 따른 일정 정도 해외공장 유지는 부정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부품수급 문제 등 해외공장의 문제점은 너무 많다. 해외공장은 현 수준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지부도 이날 발행된 소식지에서 “정의선 회장은 국내 공장 투자로 청년 실업 해소와 고용안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핵심 사업장과 R&D 시설이 대부분 있다. 전체 투자에서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투자 결정은 미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국 내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말 울산공장에서 교섭위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가졌다.

이달 초 본격적으로 교섭 진행 중인 임단협에서 최대 쟁점은 일자리유지와 성과급 배분, 정년연장 등이다.

노조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 공동기준인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노령연금 수령 전까지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을 올해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노조 측은 “사측은 미국 8조원 규모 투자 계획 실행에 앞서 국내 공장 고용 보장을 위한 특별협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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