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도 마이데이터도 "글쎄"..'남의 일' 보험업계, 플랫폼 안 무섭나?

은행·증권·핀테크사 이어 카드사 '오픈뱅킹' 시작
보험업계 "수요 없는 오픈뱅킹..마이데이터는 장기전"
"네이버·카카오 종속 가속화 우려..적극 대응 필요성" 지적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6.03 10:30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보험업계가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전환 시대를 맞아 플랫폼 경쟁 본격화가 예고되면서 보험사 또한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하려면 미래 핵심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지난달 31일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를 필두로 오는 10월까지 롯데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가 줄줄이 합류할 예정이다.

은행권도 지난 2019년 10월부터 오픈뱅킹에 뛰어들었다. 이후 상호금융, 저축은행, 증권사, 핀테크 등이 진출 대열에 가세했다.

오픈뱅킹은 여러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한 곳에서 모든 금융계좌를 조회 및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오픈뱅킹 누적가입자는 8024만명이고 누적계좌는 무려 1억4663만개로 집계됐다.

이처럼 오픈뱅킹 개시로 분주한 타 금융업권과 달리 보험사들은 시장에 뛰어들 기미가 없어 보인다. 보험사 앱으로 계좌이체를 하고 은행 앱에서 보험료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도 먼 얘기가 된 것이다.

대다수 보험업계는 "오픈뱅킹을 통한 이익 기대가 적고 참여 의사도 현재는 없다"는 입장이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서도 보험사들의 진출이 소극적인 건 마찬가지다.

마이데이터는 특히 은행, 카드, 통신사 등 여러 기관에 흩어진 고객의 금융 정보를 모을 수 있어 보험사의 고민인 '고객 접점 확보'를 유리하게 풀어나갈 기회가 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현재 2차 마이데이터 예비허가에 34개 보험사 중 4곳(교보생명, 신한생명,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만 신청서를 내놓은 상태다.

하반기 금융시장이 마이데이터를 비롯한 오픈뱅킹 등 금융인프라 개방으로 종합금융플랫폼과 데이터 활용 가치 중심의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가 업계 안팎에서 감돌지만 보험업계는 당분간 예외로 남을 전망이다.

이에 일부에선 보험사들이 금융 생태계를 따라가지 못해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대형IT기업)에 종속되는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현주·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빅테크와 핀테크 등 플랫폼 기업이 보험판매 및 중개서비스 진출을 본격화하면 보험업계는 타 금융업권보다 빠르게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 시대에 고객기반을 확보하려면 데이터로 수요를 빠르게 인지하고 맞춤형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 금융권으로 확대된 오픈뱅킹 시스템에 보험업계도 참여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를 두고 대다수 보험사가 서비스 모델링을 고민하는 단계"라며 "타업권에 비해 소비자와 접점이 적어 무작정 빠르게 뛰어들기보단 실질적으로 마이데이터와 보험을 효율적으로 접목시키는 방안을 찾고 모델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픈뱅킹에 대해선 "이미 '내보험 찾아줌' 등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가입한 보험상품과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을 조회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보험은 은행이나 증권과 달리 현금을 이체하거나 계좌를 옮기는 등 돈이 오가는 빈도가 비교적 낮고 평소 고객이 보험료를 내기만 하면 되는 구조라 굳이 사업 참여 분담금을 내면서 시장에 뛰어들긴 애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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