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마이데이터는 등장과 함께 금융권을 들썩이며 화제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곳곳에 흩어진 데이터를 끌어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에 카드사와 보험사 너나 할 것 없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는 반면 '대주주 적격성' 등 암초를 만나 진입이 막힌 금융사도 있다. 마이데이터 진출 기로에 선 이들의 속사정을 들어보기로 했다.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진행된 마이데이터 사업 2차 예비허가에 롯데카드와 교보생명, 신한생명,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1개 카드사와 4개 보험사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카드, 보험, 통신사 등 여러 기관과 기업에 흩어져있던 고객의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개인의 데이터를 취합해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도 불린다.
이런 까닭에 전업 카드사 8곳은 모두 마이데이터 사업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현재 삼성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가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획득하거나 심사를 진행 중이다.
본허가를 얻은 카드사는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비씨카드다. 최근 심사가 잠시 멈췄다가 재개된 하나카드와 최근 2차 신청에 참여한 롯데카드는 허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심사는 예비허가 심사(2개월)와 본심사(1개월)로 나눠 진행된다. 2차 마이데이터에 신청한 금융사들은 올 하반기 결과표를 받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심사 과정에서 금융사가 대량의 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보안설비를 갖췄는지 소비자를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 소비자 보호체계 마련을 포함해 사업계획이 타당한지 등 6가지 요건에 대해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는 결국 소비자 개개인의 정보를 얼마나 취합해 다룰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거의 모든 카드사가 마이데이터에 뛰어들었지만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고 그 정보를 어떻게 끌어와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체 보험사 34곳 중 4곳만 신청.."시장 예측 어려워"
카드사와 달리 보험업계는 마이데이터 진출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보험업계 화두인 '헬스케어'를 토대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대거 출사표를 던질 거란 기대가 뒤집힌 것이다.
2차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한 보험사는 ▲교보생명 ▲신한생명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4개 보험사다. 국내 전체 보험사가 35곳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참여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에선 보험사가 은행과 카드 등 타 금융권과 달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기 어렵고 보장 기간이 긴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만큼 마이데이터로 고객에 적극 소구할 만한 서비스를 마련하는 작업에 비교적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마이데이터 신청을 보류한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충분하면 보험업계에서도 적극 참여하는 추세가 이어질텐데 현재까진 방향성이나 사업계획 제시가 명확치 않다고 해석된다"며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고 데이터사업이 어떻게 흐를지 예측할 수 없어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주주에 발목 잡힌 삼성카드..당국 "제도 개선할 것"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쥐기 위해 총력을 가하는 금융사들과 달리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진입 자체에 빨간불이 켜진 금융사도 있다.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마이데이터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이같은 규정으로 카드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마이데이터 허가에 발목이 잡혔다.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 중징계를 받아서다.
앞서 하나카드도 대주주인 하나금융그룹의 소송 진행으로 마이데이터 심사가 막힌 바 있다. 다만 금융위는 해당 소송이 지난 2017년 제기된 후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며 지난달부터 심사를 재개키로 했다.
일부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판단 등 신용정보법에 기반한 규정이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에 적용되는 것을 두고 '불필요한 연좌제'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며 "대주주의 적격성 문제가 마이데이터 진출 통로로 이어진다는게 금융사에게 차별이자 시장 확장을 위축시키는 일이다. 개정이 시급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업계 목소리를 들은 금융당국도 문제점 해소에 발 빠르게 나섰다.
지난 5일 금융당국은 "금융권 인허가 심사중단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금융권 신규 인허가와 대주주 변경승인 시 현행 심사중단제도의 문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사가 중단된 건은 금융위가 매 6개월마다 재개요건 충족여부를 주기적으로 판단해 재개여부를 검토 및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삼성카드 등의 인허가 심사가 재개될 지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며 "금융위 위원들이 논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암초를 만난 건 일부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업계 1·2위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 2019년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에서 중징계인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양사는 징계 여부와 별개로 마이데이터와 헬스케어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을 준비해나간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한다고 가정해도 현재로선 앞으로 가져올 기대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다만 타 금융사들은 사업 시작을 3개월 앞두고 서비스를 척척 준비하는 상황에서 선택에 따라 미루는 것도 아니고 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데 제한 요소로 참가를 못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경쟁에서 밀려난 구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경쟁서 밀려나지 않고 마이데이터 사업을 정석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수완이 좋을 지 여부는 알 수 없고 후발주자로 참여해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빛을 더욱 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 참여를 못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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