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1주년/마이데이터 삶과 미래] ① '헬스케어' 콕 찝은 보험사..고객정보 안전한가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4.26 15:13 | 최종 수정 2022.05.23 17:14 의견 0
[자료=망고보드]

[편집자주] 올 여름 보험사는 마이데이터로 전례 없는 활약상을 펼칠 전망이다. 곳곳에 흩어진 개인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관리해주는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소비 집단이 아닌 소비자 개인에 귀를 기울이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소비자에겐 나만의 보험 정보, 대출 조건 등 데이터를 녹여낸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마이데이터 시대 개막에 앞서 살펴봐야 할 기회와 위기를 짚어보기로 했다.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2차 신규 허가서류 접수'에 교보생명과 신한생명,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가 신청했다.

사업 허가를 받은 금융사는 오는 8월 4일부터 표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는 보험, 카드, 은행, 통신사 등 여러 기관과 기업에 흩어져 있는 소비자의 금융거래 정보와 신용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별 맞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초개인화형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보험사는 활발한 고객 유치를 도모할 수 있어 '윈윈(Win-Win)' 효과를 낼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는 시점을 맞아 더 많은 보험사의 진출은 시간 문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는 보험사가 보유한 고객의 보험 데이터를 카드 결제 데이터와 섞어서 공통점을 찾고 관련 상품을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다"며 "보험 수요가 있는 고객만 이끌었던 기존과 달리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직접 찾아가는 마케팅을 할 수 있어 한 차원 높은 영업 활동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보험 마이데이터 키워드는 '헬스케어·인공지능'

소비자들은 오는 8월부터 본인만의 금융데이터를 녹여낸 맞춤형 보험서비스를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보험사들도 현재 마이데이터 시대 개막을 앞두고 ▲헬스케어 개발 ▲스타트업 연계 ▲자동차데이터 서비스 등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신한생명은 지난 3월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용자 운동 자세를 살피고 교정해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하우핏'을 내놓기도 했다.

KB손해보험은 강점인 '자동차 보험'과 연계한 서비스를 선보일 전망이다. 현재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자동차 관련 데이터를 판매 중이다.

메리츠화재는 소비자가 일상생활 또는 건강과 관련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스타트업 협업 확대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이끌 모양이다.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인 '라이언로켓'과 생애 설계 디지털 콘텐츠 보유 기업 '라이프플래닝연구소'와 각각 마이데이터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령층과 장애인 등 금융서비스 소외계층이 편리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안내서비스도 개발한다는 목표다.

'마이데이터' 막바지 준비에 분주한 보험사들의 이면엔 남다른 고충도 있다.

은행과 카드 등 타 금융권과 달리 보험은 보장 기간이 길고 일상에서 마주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접근성 한계를 깨는 것이 관건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보험은 사고가 나거나 아플 때 보험금을 받으면서 접점이 생기기 때문에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기 힘든 한편 카드와 은행 등 타금융권은 실생활에서 소비자와 접할 기회가 많다"며 "보험사들이 이같은 업권 장벽을 깨고 마이데이터 접근성을 높여 매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과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미니 보험 등 보장기간이 비교적 짧고 가입이 간편한 상품을 위주로 선보이는 것도 보험을 생활에 녹여내는 방법 중 하나"라며 "보험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 또한 비슷한 지점에서 바라보고 온오프 보험(레저·시즌별 미니보험 등)이나 헬스케어와 연결해 소비자에게 쉬운 인상으로 다가가는 방향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마이 데이터, 나의 데이터는 안전한가요?"

"내 데이터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가", "서비스는 편해 보이는데 신상(개인정보) 다 퍼질 거 같다", "보험사가 은행·카드사랑 내 개인정보 다 돌려 쓴다는 의미인지 헷갈린다"

보험사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지켜보는 일부 소비자들 반응이다. 개인의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서비스에 '기대반 우려반' 섞인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들의 '마이데이터' 걱정거리는 ▲개인정보(데이터) 유출 ▲디지털 소외계층 불편 심화 ▲대면채널 축소에 따른 영업점 폐쇄 등 다양하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데이터가 금융권 여기저기서 쓰이니까 데이터 주권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수 있지만 걱정을 덜어도 좋다"며 "소비자 데이터가 어딜 거쳐 보험사에 오더라도 익명으로 오기 때문에 데이터의 주인이 누군지 철저히 가려진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이 직접 규격화된 API(특정 프로그램 기능이나 데이터를 다른 프로그램이 접근할 수 있도록 미리 정한 규칙)을 총괄해 데이터를 관리하는 만큼 개인정보 침해와 제3자 데이터 해킹 등 소비자가 우려하는 사항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면 서비스 채널 축소는 보험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시대적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콜센터와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어 비대면 업무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에서도 고령층을 위한 금융교육을 개별로 열고 있다"며 "보험업계도 고령층 특화 상품을 활발히 내거나 마이데이터를 설명하고 접근하기 쉬운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등 맟춤 홍보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소비자들은 "데이터 기반으로 사전예방 보험 추천이라니 보험 들 때마다 머리 싸맬 일 줄겠네", "은행이나 보험이나 계속 소비자 중심적으로 가네", "더 똑똑한 소비자가 돼야 겠군", "보험사가 보험만 파는게 아니구나" 등 보험 마이데이터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데이터 주권을 잡는 시대가 왔다"며 "소비자는 마이데이터 활용 범위에 대한 능동적인 접근 태도가 필요하고 금융권은 소비자에게 혜택과 편의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 기틀을 마련해 서로 융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니즈와 서비스 기반이 잘 어우러지면 지금껏 없던 상품과 맞춤형 모델 탄생이 완성되면서 마이데이터의 궁극적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생보와 손보 모두 소비자와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보험과 연계한 마이데이터 활용 방안에 대해 실무 관련 회의와 검토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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