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자료=롯데케미칼)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침체와 연이은 적자 속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위기 극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일본 화학기업 레조낙(구 쇼와덴코) 지분 4.9%를 약 2750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매각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회사는 투자 당시 대비 약 800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유동성 확보 총력..추가 자산 매각 가능성도
롯데케미칼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적자와 시장 불황 속에서 자산 경량화와 비효율 사업 정리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레조낙 지분 매각 외에도 지난해 미국 법인 지분 40%를 활용해 6600억원, 올해 초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25%를 활용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으로 6500억원을 조달하는 등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마련했다. 또 파키스탄 법인 매각으로 약 979억원을 추가로 확보하며 현금 흐름 중심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유동성 확보는 단순히 재무안정성을 넘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투자 여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적자 사업의 과감한 축소와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비핵심 자산 정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타이탄 계열사(지분 73%)는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로 인해 중장기적 정리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미국 LCC USA의 경우 기존 PRS 방식으로 40%만 활용했기 때문에 잔여 지분의 추가 담보화나 매각 가능성도 있다. 인도네시아 LCI 역시 전체 49% 중 25%만 담보로 설정한 만큼 남은 지분을 통한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이 거론된다.
롯데케미칼은 삼성전자 DS부문에서 반도체 웨이퍼 이송에 사용되는 웨이퍼 트레이 폐기물을 수거해 플라스틱 원료 중 하나인 PC소재로 재활용한다. (자료=롯데케미칼)
■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 속도낸다..친환경·이차전지까지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소재, 이차전지 소재, 수소 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고부가 사업 구조로의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현금 흐름 중심의 경영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에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공급하는 등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업계 최초로 AI 가속기향 HVLP 4세대 동박 공급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연산 1000톤 규모의 3세대 LFP 양극재 파일럿을 양산해 해외 고객사 공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불확실성과 치열한 경쟁은 여전히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선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에 따른 화학제품 수요 상승세는 롯데케미칼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영업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역사적 저점 수준의 밸류에이션 상승 매력도는 높다"며 "다만 실적 개선 강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 확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