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머스트잇과 트렌비의 자금 상황에 시선이 쏠린다.(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명품 플랫폼 업계가 또 다시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렸다.
지난달 31일 발란은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단기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티메프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 업계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됐다. 이런 중에 발란은 당시 “모든 거래에 대해 안정적인 자금 운용 및 예측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한 자금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제대로 된 자금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발란은 2015년 설립 이후 영업이익 흑자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말 기준 결손금이 매출(392억원)의 두 배인 785억원에 이르면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발란과 함께 명품 플랫폼 3사로 꼽히는 머스트잇과 트렌비의 자금 상황에 시선이 쏠린다. 셀러들 사이에서도 발란의 기업회생신청으로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발란 사태 이후 머스트잇이 파트너사에게 보낸 메일 내용(자료=머스트잇)
머스트잇은 발란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가 터지자 빠르게 파트너사들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했다. 자사 결산재무제표와 함께 구매확정된 건에 대한 선정산을 진행했고 긴급 정산 시스템을 구축해 한시적 선정산 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유동자산은 유동부채 대비 두 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외부 차입금 또한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창립 이후 14년간 정산 지연 또는 오차 사례 없이 거래를 이행해 왔고 금전 거래만큼은 최선의 신의 원칙을 두고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머스트잇은 4월 결산을 앞두고 유동자산과 부채 부분을 선 공개했다. 머스트잇에 따르면 지난해(제13기) 유동자산은 110억원 규모다. 반면 유동부채는 41억원으로 안정적 재무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트렌비는 지난 2023년 기준 유동부채가 102억원, 유동자산은 203억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6월 시리즈E 투자 유치로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양 사 모두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은 우려 사항이다. 머스트잇은 2023년 기준 매출액은 250억원으로 전년대비 24.5% 줄었다. 같은 기간 트렌비는 402억원으로 전년대비 54.45% 감소했다.
양 사 모두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다. 2023년 기준 머스트잇 영업손실은 79억원, 트렌비는 32억원으로 나타났다.
명품업계 업황 부진으로 당분간 명품 플랫폼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명품 소비는 줄어드는 추세다. NH농협카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온라인 명품소비 관련 매출은 2년만에 32%가 줄었다.
또한 고환율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럭셔리 아이템을 직매입하는 구조의 명품 플랫폼들의 구매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업계 내 출혈 경쟁도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를 기점으로 본격화한 유통업의 구조조정 시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며 “명품 시장의 경우 엔데믹 이후 거품이 빠졌고 대형 유통사들의 해외직구로 수요가 쏠리고 있어 명품 플랫폼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