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 (자료=양지영 수석)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고공행진 중인 공사비와 정치적 불확실성,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돼 대출 규제는 더 심화될 예정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고관세 시대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로 인해 부동산 매수 심리는 활성화되지 못하는 반면 분양가 상승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수 심리 위축되고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못하자 올해 들어선 매달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졌다. 1월 신동아건설과 삼부토건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대저건설과 삼정기업, 안강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지난 4일에는 ‘벽산블루밍’으로 알려진 벽산엔지니어링도 법원에 회생절차를 제출했다.

당장은 지방의 미분양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수도권에선 올해 시작된 공급절벽도 문제로 꼽힌다. 향후 지방과 수도권의 주택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공급하고 1기 신도시를 재개발해 수도권 공급 절벽을 해소하려는 계획을 내세웠다. 미분양 문제 대해선 한국토지공사(LH)가 3000세대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주 대책 마련이 지연될 경우 수도권의 주택 공급까진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지방 미분양 문제 역시 3000세대 매입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에 본지는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을 만나 향후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시장을 어렵게 만든 문제와 관련된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현재 집값은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주춤한 상황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텐데 대외적으론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최근 몇 년동안 물가를 크게 올린 것이 시장에 영향을 줬다.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시대도 변수의 큰 부분으로 꼽힌다.

대내적으로는 내수와 경제성장률 침체 상황인데 무엇보다도 비상계엄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초래된 환율 리스크가 크다. 이런 대내외적인 악재가 존재하고 비수기 상황까지 겹친 결과 가격이 많이 움직이지 못해 고소득자들도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는 중이다. 그래도 봄 이사철이 되면 본격적으로 수요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 지난 2017년에도 한차례 탄핵 정국이 있었다. 과거 탄핵 정국 당시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어떤 점이 다른가?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금리와 공급인데 2017년에는 저금리 시대여서 자금 유동이 풍부했다. 그리고 당시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전반적으로 풀어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던 상황이라 탄핵이 진행돼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금리가 다소 높은 시기였는데 인하를 고민하는 시점에 비상계엄과 탄핵사태가 터져버렸다. 현 정부는 규제 부분에서도 완화보단 강화하려는 기조를 보여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전반적으로 수요층에 대한 제약을 두지 않았던 것과 달리 담보인정비율(LTV)만 조금 풀어주면서 DSR는 강화하고 1주택자·무주택자·생에 최초 등 주거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 위주로 규제를 완화해 주는 등의 차이다.

이처럼 금리나 규제 강화 등 여러 악재가 겹쳐 2017년보다 이번 탄핵 정국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수도권과 지방의 문제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먼저 수도권에서는 올해부터 공급 절벽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데 전망은 어떤가?

수도권의 공급 절벽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커지면서 인허가 물량이 급감한 영향에 따른 결과다. 물론 공급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입주 물량과 신규 분양 물량이 거의 없는 내년과 내후년에 더 심각해질 예정이다.

하지만 호황이든 아니든 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는 항상 있다. 또 공급 감소에 더해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대출 환경이 개선되면서 전반적으로 매수자가 늘어나는 환경이 마련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의 부동산 가격 흐름도를 보면 장기적인 안정세가 나타났던 시기는 딱 두번이다. 1기 신도시 입주와 2기 신도시 입주 시점으로 1기 입주 후 6~7년간 안정세를 보였고 2기는 9~10년 동안 수도권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지금 추진 중인 3기 신도시는 2028년 입주 예정인데 정치적 불확실성과 정권에 따라 추진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2028년까진 떨어질 만한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 정부에선 공급 문제 해소하고자 3기 신도시 조성·1기 신도시 재개발 활동을 추진 중이지만 이주 대책과 관련 갈등으로 공급절벽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급지연에 대비해 서울의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안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당연히 3기 신도시와 1기 신도시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는 것인데 제 때 공급되기 위해선 이주 대책과 관련된 문제점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1~2년 간격으로 단계별 이주 계획을 수립·조성해 전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두 신도시를 연계한 이주 대책을 마련해 수요를 분산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서울에서도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끔 규제 완화책이나 사업 진행 중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

▲ 지방과 일부 신도시에선 미분양 적체 상황이 심화되고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로 이어지는 중이다. 심각한 지방 미분양, 원인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지방보다 서울로 올라오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는 높은 임금의 일자리가 서울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즉 지방의 미분양 상황은 이런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 첫번째 문제다. 다음으론 일자리가 많이 있어도 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가 부족한 점이 원인이다.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대책들은 과거에도 많이 나왔다. 세금을 인하하거나 혁신도시를 개발하는 등의 조치들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는지는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돌이켜보면 그 결국 그 소요를 다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예시로 평택 같은 경우는 기업이 있어 근로할 수 있는 환경은 잘 갖춰져 있지만 지역 성장 어려움과 미분양 적체 상황을 겪고 있다. 생활하며 누릴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은 서울에서 출퇴근해도 20~30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평택에 집을 마련하는 것 보다 서울 집을 구매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것이다. 반면 판교는 대규모 비즈니스 센터뿐만 아니라 학교와 문화·쇼핑시설들이 다 갖춰진 완성형 인프라를 보유 중이라 강남이랑 인접해 있어도 잘 성장하고 있다.

▲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선 어떤 부양책이 필요한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분양 심각 지역의 신규 주택 인허가를 조정하는 등의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공급 대책에 앞서 매력적인 인프라들도 먼저 계획돼야 한다. 즉, 미분양 도시 내에서 소비·근로 활동을 하고 소득을 볼 수 있는 자생능력 같은 게 잘 갖춰져야만 해결될 수 있어 보인다.

그밖에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와 실수요자 대상 LTV 완화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상환 유예 조치, 지방 미분양 지역 한정 우대금리 대출 상품 출시, 미분양 주택 구입자 대상 취득세 감면·보조금 등 금융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 부동산 투자에 앞서 준비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애널리스트로 활동을 하다 보면 시세 전망과 어디를 사는 게 좋은지를 가장 많이 물어본다. 하지만 첫번째론 내가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대출 능력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과 부동산 상품 선택은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

금리가 오르기 전이고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2021년 중반까진 영끌 소유자가 엄청 생겼다. 이런 영끌 소유자는 가장 마지막에 들어가는 소유자인데 나만 집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자기 능력과 상관없이 무턱대고 대출을 받은 것이다.

결국에는 뒤늦게 들어가서 가격은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오르니 경매로 내가 산 가격보다 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기에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도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부동산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두번째는 시장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언론과 유튜브 등 채널이 너무 다양해서다. 채널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시류에 흔들리지 않도록 자체적인 판단 능력을 갖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발굴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