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주요 시중은행장 가운데 정상혁 신한은행장 만이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고객 중심 기반의 재무 성과와 ‘스캔들 제로’, 디지털 사업 혁신 등이 정 행장의 연임 비결로 꼽힌다.
내년 불확실한 금융환경이 전망되는 가운데 정 행장의 연임으로 경영 연속성을 확보한 신한은행이 리딩뱅크 경쟁에서도 우위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의 자회사최고경영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추천한 정상혁 행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2년의 임기를 부여 받은 정 행장은 2026년 12월 말까지 신한은행을 이끌어 가게 됐다.
경쟁사인 KB국민·하나·우리은행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수장 교체에 난선 것과 비교하면 정 행장의 연임은 상당히 예외적이다.
지주 자추위는 정 행장의 2년 연임의 근거로 우수한 경영성과와 조직 쇄신, 내부통제 강화를 들었다.
은행 임추위도 정 행장의 우수한 재무성과 창출과 내부통제 문화 정착, 디지털 사업 확장 등을 높이 샀다.
임추위는 신한은행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 공시에서 “‘고객중심’ 철학에 기반한 고객몰입 조직운영을 통해 차별화된 솔루션 제공과 고객 편의성을 증대하고 고금리, 저성장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신한의 영업력을 되살려 우수한 재무성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3조1028억원의 누적 당기순익을 달성하며 리딩뱅크를 꿰찼다. 3분기 누적으로 당기순익 3조원을 초과 달성한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이는 은행의 핵심이익의 한 축인 이자이익에서 3분기 누적 6조6045억원을 쌓으며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또 다른 축인 비이자이익도 크게 늘어 전년 대비 27.5% 증가했다.
실적 성장의 배경으로 연초부터 ‘고객 몰입’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정 행장의 경영 철학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행장은 올 초 고객 중심의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대면·비대면 창구를 총괄하는 ‘채널 부문’과 소비자에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영업지원 부문’,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 부문’ 등을 신설했다.
내부통제 문화 정착도 정 행장의 주요 성과다. 지주 자추위는 정 행장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은행 임추위는 여기에 더해 “‘스캔들 제로’에 앞장 서 내부통제를 문화로 정착시키고 소비자보호를 강화해 고객신뢰를 회복했다”고 평했다.
앞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경영 슬로건인 ‘일류 신한’ 달성을 위한 요건 중 하나로 스캔들 제로를 꼽았다. 불완전판매, 횡령, 부당대출 등에 시달렸던 다른 은행과 달리 신한은행은 별다른 금융사고 없이 올 한해를 마쳤다.
은행 임추위는 정 행장이 집중적으로 추진해 온 디지털 경영 혁신도 핵심 성과를 꼽았다. 디지털 사업 확장 및 프로세스 혁신 등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다고 평하면서다.
정 행장은 취임 직후 고객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IT 조직 등을 개편했다. 정 행장의 주도 하에 차세대 시스템 전환과 디지털 신사업 추진 등에서 성과를 냈고 최근 금융권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미래형 영업점 ‘AI 브랜치’를 열어 은행권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정 행장은 올해 6년 만의 리딩뱅크 탈환을 눈앞에 뒀다. 정상혁호 2기 체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이 리딩뱅크 지위의 사수 여부다.
다행히 전망은 밝다. 불확실한 금융권 경영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이유로 리더십을 교체한 다른 은행과 달리 신한은행은 정 행장 체제에서 경영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1기 때 다져 놓은 국내외 영업기반과 디지털 사업 확장, 조직 혁신이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취임 1년차 정도 경영을 통한 내부적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해 온 정 행장의 전략이 2년차 리딩뱅크라는 성과로 입증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정상혁 행장은 내부통제 관리를 통해 금융 사고도 거의 없었고 기업 대출 영업 기반도 잘 다져 놨다”면서 “2기가 시작되는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영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