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석유화학 시장 ‘게임 체인저’ 부상

정유기업에서 글로벌 종합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 목표

임윤희 기자 승인 2024.12.17 13:12 | 최종 수정 2024.12.17 13:46 의견 0
에쓰오일 사옥 (자료=에쓰오일)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혁신적 기술 도입, 비용 절감, 수직 계열화를 통해 에쓰오일의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전망이다.

17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의 공정률이 이미 42% 이상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빠른 진행 속도로 2026년 완공 목표에 한걸음 다가섰다.

TC2C 기술 30~40% 비용 절감,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 확보

중국 석유화학 산업은 대규모 설비 증설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의 핵심은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기술의 세계 최초 상용화다. 이 기술은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공정으로, 기존 나프타 분해 공정 대비 자본 지출과 운영 비용을 30~40% 절감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주로 기존의 나프타 분해 공정을 사용하는 반면, 에쓰오일의 TC2C 기술은 원가 경쟁력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TC2C 기술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약 20%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향후 강화될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요소로, 중국 기업들이 아직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람코 CEO Amin H. Nasser는 "TC2C 기술은 아시아 신흥 경제국의 소비 증가로 인한 석유화학 수요 성장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크래킹 히터가 구축되고 있다. (제공=에쓰오일)

대규모 투자로 수직계열화.."글로벌 경쟁력 강화될 것"

샤힌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연간 18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스팀 크래커 설비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 대응할 수 있는 에쓰오일의 전략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규모 생산 설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원가 경쟁력을 글로벌 상위 1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현재 12%에서 25%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원유에서부터 최종 제품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이 주로 특정 제품군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에쓰오일의 수직계열화 전략은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원자재 가격 변동이나 특정 제품 시장의 침체 시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까지 석유화학부문 비중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단순 정유기업에서 글로벌 종합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회사는 연간 약 320만톤의 석유화학제품을 추가로 생산하게 된다. 에쓰오일은 이를 통해 연료유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석유화학사업 비중을 높이고, 정제마진 등 외부 여건에 취약한 정유사의 한계를 넘어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신사업을 구현함으로써 에쓰오일은 장기 에너지 전환에 대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전망이다. 동시에 업계를 선도하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성장 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폴라리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규모는 오는 2032년 1조1629억 달러(약 1523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7.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단기적인 시장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에쓰오일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 전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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