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최근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시가총액 상위 증권사 5곳 중 3곳이 포함됐다. 그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미온적이었던 증권업계로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 중 증권주는 한국투자지주(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3종목이었다.
밸류업 정책 초기 시장에서 저평가된 종목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표적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인 증권주를 비롯한 금융주들이 대거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10개 종목 밖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나마 2개 주만 선정된 은행주와 비교하면 증권업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종목을 선정하며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시총 상위 400위 이내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 아닐 것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최근 2년 평균 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 ▲최근 2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위비율이 우수한 기업 순으로 꼽혔다.
이 ‘5단계 스크리닝’을 통과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단 2곳이다.
iM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2년 평균 PBR과 ROE는 각각 0.4배, 8.6%이다. 키움증권은 PBR이 0.5배, ROE는 10.4%다.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PBR의 절대적 수치는 낮지만 수익성 지표인 ROE가 높아 밸류업 지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코리아 밸류업 지수 종목인 미래에셋증권은 PBR와 ROE 평균이 0.4배, 4.7%로 낮지만 특례로 편입된 케이스다.
거래소는 기업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3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에 대해 특례 편입을 적용했다. 지수 운영에 필요한 최소 편입요건(수익성, 시총, 유동성 등)만 충족하면 2년간 편입이 유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2일 증권업에서는 두 번째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서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증권업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키움증권이 자력으로 밸류업 지수 요건을 충족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30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DB금융투자는 시총 상위 400위 조건을 총족하지 못한 경우다. 같은 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예고 공시한 NH투자증권도 특례 혜택을 놓쳤다. NH투자증권은 이사회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포트폴리오 재편방향 보고까지 마쳤으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공시 시점을 12월까지 미룬 게 패착이 됐다.
또 다른 시총 상위 증권사인 삼성증권도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밸류업 지수 선정 기대감을 높였지만 최종 불발됐다. 경쟁사 대비 2년 평균 PBR과 ROE가 낮았던 데다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마저 이뤄지지 않아서다. 삼성증권의 밸류업 계획은 삼성금융 차원에서 수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안했지만 PBR 0.4배, ROE 8.6%로 편입됐다. 밸류업 지수에 탈락한 KB금융의 평균 PBR과 ROE가 각각 0.4배, 8.4%임을 감안하면 한국투자증권이 편입 기준에 턱걸이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 정시심사부터는 미편입기업 중 공시 이행기업에는 지수편입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편입종목 중 공시 미이행 기업에는 패널티를 부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정기심사부터는 아예 공시이행 기업 중심으로 지수가 구성될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고PBR·ROE 종목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은행·증권주 편입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내년 6월 정기심사에 특례를 노리고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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