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은행주 주주환원 안 부럽네”..4대 금융지주 밸류업, 지속성·예측가능성↑

국내 은행주 주주환원율 2020년 22.9%→내년 38% 전망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자본관리정책 유연성 확대
보험·증권사 대비 예측가능성↑..일본 은행주 격차 축소
당국 규제 영향 높은 자본비율 목표 유지는 부담 요소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1.22 10:0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은행주들이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 발표를 계기로 주주환원의 지속성·예측가능성이 확대됐다. 밸류업 지수 도입으로 주가가 급등한 일본의 은행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나온다.

22일 키움증권에서 발간한 금융주 주주환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주의 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율은 2020년 22.9%를 저점으로 지난해 32.4%, 올해 33.2%로 증가했다. 내년 주주환원율은 38%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자료=각사)

이는 최근 은행들이 자기주식 매입소각의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1년 이후 은행주의 주주환원율 추이를 살펴보면 총 주주환원율의 꾸준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은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 자체적으로 현 주가를 저평가 상태로 보고 낮은 자기순자산비율(PBR)에서는 자기주식 매입소각이 보다 효과적인 주주환원 방법이라고 판단해서다.

올해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살펴보면 ▲KB금융 7200억원 ▲신한금융 5000억원 ▲하나금융 4500억원 ▲우리금융 1366억원 등이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당은 증가시킨 이후에는 다시 감소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증가 속도가 이익증가세만큼 빠르지 않다”며 “배당보다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는 자기주식 매입소각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에 금융지주가 발표한 밸류업 계획에서도 주주환원율 확대 추진 방식으로 자사주 매입이 적극 활용된다.

KB금융은 연말 보통주자본비율(CET1) 13.0% 초과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연평균 1000만주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신한금융도 향후 3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올해 말 5억주 미만, 2027년 말 4억5000만주까지 주식 수를 감축한다.

우리금융은 총주주환원율 40% 이내에서는 현금배당 30%, 배당 초과분은 전액 자사주 매입·소각할 계획이고 하나금융도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 확대를 시사했다.

김 연구원은 “밸류업 이전에 발표됐던 자본관리정책 대비 자본비율 목표치가 현실화되는 등 계획의 유연성이 높아졌다”며 “계획이 유연해지고 자본비율 목표가 조정된 점은 주주환원정책의 지속성과 예측가능성 향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주의 주주환원책의 지속성과 예측가능성 확대는 국내 보험사·증권사와 비교해서도 두드러진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는 이익과 배당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주주환원의 불확실성 역시 높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자본의 규모가 작고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정도도 낮아 이익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은행주의 밸류업 계획이 시장 기대보다 구체적인 수준으로 제시되면서 주주환원율 측면에서 일본 은행주와의 격차도 해소될 전망이다.

일본 은행주는 주주환원율이 매우 높다. 일본 은행주 중 대표적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경우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각각 75%, 60%의 주주환원율을 달성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천 노력’ 요청과 맞물리는 시기에 순이익이 중가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상승해 주주환원 강화가 가능한 여건이 마련되서다.

일본 은행주는 배당성향을 약 40% 기준으로 자기 주식 매입을 통해 추가적인 주주환원을 실행하고 있는데 국내 은행주가 밝힌 기업가치제고 계획도 비슷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은행주는 전반적으로 ROE가 국내 은행주 보다 소폭 낮고 자본비율이 낮다는 차이점도 있다. MUFG의 경우 최근 ROE가 상당히 개선됐지만 지난해 실적이 8.5%이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10.1%인데 목표비율은 9.5~10.5%로 제시하고 있다. 다른 대표 은행주인 미쓰이스미토모 금융그룹(SMBC)의 경우도 국내 은행주 대비 한 단계 낮은 자본비율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들이 경기대응완충자본이나 스트레스완충자본 등 추가목표가 부여된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현재 보통주규제비율(4.5%)과 자본보전완충자본(2.5%), 경기대응완충자본(1%), 금융체계상 중요 은행·은행지주(1%) 등의 요건을 고려해 최소 9% 이상의 CET1 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연말 스트레스완충자본이 도입되면 CET1 비율의 하한선이 높아지게 된다.

김 연구원은 “현 수준보다 자본비율이 높아져야 주주환원 강화가 본격화되는 구조가 된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서도 “자본비율 유지 정도의 목표를 제시하거나 목표범위를 제시하거나 이전 대비 목표수치를 낮추는 등 자본비율 목표 단계 설정이 유연해진 점은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