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권 하반기 채용문을 여는 공동채용 박람회가 내달 열릴 예정이지만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불참한다.
인터넷은행이 채용형 인턴십을 통해 사실상 대규모 공채를 진행 중이고 최근 디지털 중심으로 은행권 채용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은행의 채용박람회 불참은 설득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23일부터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열린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박람회는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금융권 최대 규모 채용박람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곳이 늘어난 64곳 금융회사가 참여를 확정했다. 각 금융사는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해 취업준비생 대상으로 채용 상담과 현장면접 등을 실시하고 하반기 공개채용 등 채용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공동채용 박람회장에서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부스는 마련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 인터넷은행 3사 모두가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박람회 준비 과정에서 각 협회가 회원사들의 참여 신청을 받는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참여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람회 첫회인 2017년 케이뱅크의 참여를 마지막으로 인터넷은행들은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줄곧 불참했다.
인터넷은행들이 공동채용 박람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시중은행 수준의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지 않아서다. 주로 경력자 중심의 수시채용을 진행하기 때문에 채용 박람회 취지에도 맞지 않고 참여하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깔렸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채용박람회는 보통 대학 졸업생이나 졸업예정인 취업준비생들이 주로 와서 상담을 받고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터넷은행 채용 형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 관계자도 “아무래도 아직은 성장하는 회사인만큼 현재까지는 경력직 채용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공동채용박람회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과는 달리 출범 6년차를 맞은 인터넷은행들의 채용 규모는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임직원 수는 1405명으로 1년 만에 300명이 늘었고 케이뱅크의 임직원 수도 같은 기간 428명에서 496명으로 68명이 늘었다. 업력이 짧은 토스뱅크도 지난해 245명에서 올해 409명으로 164명이나 늘렸다.
지난 2월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은행권 상반기 채용계획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신규 채용 규모는 각각 148명, 67명, 76명이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인 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잉 각각 20명, 10명, 10명을 채용할 계획인 것과 비교하면 채용 규모만 놓고보면 이미 지방은행을 넘어섰다.
인터넷은행의 채용 규모 증가는 경력 개발자의 채용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용 연계형 인턴 선발의 영향도 크다.
케이뱅크는 2021년 인터넷은행 최초로 두 자릿수 채용 연계형 인턴 선발을 시작했다. 올해 4월에도 지난해 선발된 인턴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처음 채용 연계형 개발자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해 두 자릿수를 모집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에만 148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이중 신입 직원의 비중이 10% 이상이었다.
토스뱅크도 출범 후 처음으로 대규모 공채를 진행 중이다. 기존 경력직 직원 중심의 채용을 넘어 신입 직원까지 두 자릿수 인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한다.
인터넷은행들이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연간 대규모 인턴십을 진행 중인 만큼 공동채용 박람회 참여를 통해 채용 정보를 알리고 적극적인 상담도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은행권 채용 트렌드가 디지털 인재 중심의 수시채용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제 시중은행들도 대규모 공채로 신입 행원을 충원하기 보다는 수시채용 형태로 디지털 부문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B국민·하나·NH농협은행 등은 IT 등 핵심성장 부문에서 채용 연계형 인턴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간 차이가 있지만 채용 방식에서는 이제 큰 차이가 없어진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의 취지는 취준생들에게 생생한 채용정보와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면서 “매년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는 인터넷은행들도 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이제 막 시작했고 공채처럼 정례화되고 계속 규모가 커진다면 중장기적으로 공동채용 박람회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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