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드사의 1순위"..미래 잠재세대는 '위험천만 카드론' 수난시대

1분기 20대 카드론 대출잔액 9000억원..12.5%↑
금융위 "리스크 관리 당부"..카드사 "한도 조절 검토"
신용등급 하락 위험도↑.."그래도 은행보다 돈 빌리기 쉬워"

이정화 승인 2021.08.11 12:18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요즘 카드업계의 마케팅 1순위로 불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무분별한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이용으로 빚더미에 오르는 고난을 겪고 있다. 은행과 달리 별도의 심사 없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장점에 '일단 뛰어들고 보자'식 대출이 늘어나면서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상반기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총 24조7754억원으로 1년 전(22조2583억원)보다 11.3% 늘었다. 카드사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카드론'이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 등 1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생기면서 대출 수요가 카드사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고신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추면서 수요가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카드론이란 카드사가 통상 6~36개월의 장기간 목돈을 제공하는 대출 상품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사전에 부여된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은행과 달리 별도의 심사 없이 고객센터나 앱으로 신청할 수 있어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다.

이같은 간편함에 특히 젊은 세대 중심으로 카드론 신청이 높아지는 추세다. 투자나 생활자금에 필요한 비용 대출을 1금융권보다 비교적 쉽게 신청할 수 있어서다.

실제 올 1분기 20대의 카드론 대출잔액은 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출잔액 대비 12.5%(1000억원) 늘었다. 이는 평균 증가율 9.2%를 웃도는 수치다.

다른 세대에 비해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젊은 층의 카드론 이용 증가는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서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될 만한 전조로 여기는 대목이다.

알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롯데카드의 한 콜센터를 찾아 "카드론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도규상 부위원장도 최근 "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면 은행처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DSR 규제가 시행되면 카드론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익을 올릴 기회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며 "카드론 소비자들 대부분이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빚 진 다중채무자라서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이 막히면 신용부실과 손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율이 그리 높은 편도 아니고 DSR 규제가 강화돼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고 앞으로 20대들이 대출 총량규제나 제한 등으로 상환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어 카드사들도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드론을 써 본 경험이 있는 2030세대 소비자들은 은행권 대출과 카드론을 구분하지 못 하거나 쉽게만 대출 받으려는 편리성을 추구하는 사회초년생이 늘고 있다며 '금융교육'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특히 카드론은 은행 대출을 받을 때보다 신용등급 하락 위험도가 3배 가까이 높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2금융권을 찾는 건 굳이 권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20대 소비자 A씨는 "이십대 중반에 병원비 때문에 큰 돈이 필요했는데 직장인이라 은행 갈 시간이 없어 카드론 받았고 나중에서야 카드론이 은행 대출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며 "그 때 보니 신용등급이 무너져서 부랴부랴 은행 대출 받아 대환하고 엄청 고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소비자 B씨는 "주변에 카드론뿐 아니라 리볼빙도 대책 없이 그냥 하고 보는 친구들이 많아 금융사 차원의 금융교육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은행에선 대출 받으려면 여러가지 따지고 심사 때문에 서류 챙겨오라고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데 카드론은 어플로 스크래핑 하면 뚝딱 대출되니까 20대들이 무작정 카드론으로 대출 시작하는 경우 많은 것 같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만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카드론'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요즘 2030세대의 카드론이나 2~4금융권 대출은 신중해야 하는데 너무 쉽고 흔한 느낌", "카뱅(카카오뱅크)이 왜 인기 많았는지 생각하면 답 나와 직접 가지 않아도 뭐든 쉽게 할 수 있잖아", "은행이나 카드사나 똑같다고 생각해서 1금융 대출 받은 줄", "까놓고 말하면 은행보다 대출이 쉬워서지", "20대여도 카드론이 제 2금융권 대출인 거 잘 모르더라" 등 여러 반응이 오갔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2030세대의 카드론 이용 및 연체율은 전부터 빚투(빚내서 투자)나 영끌 때문에 확 늘어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며 "현재 각 사에서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금리보단 한도 관련 부분에서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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