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열기 뜨거워..고신용자 타깃 '저금리 카드론' 부상

KB국민카드, 연 3% 최저금리 '카드론' 출시
부동산 취득·주식투자 자금 마련 수요 대응
불법사금융으로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도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3.21 08:00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연 3%대 저금리 카드론이 나왔다. 주식투자와 부동산 취득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고신용자'를 겨냥한 '저금리 카드론'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최저금리를 연 3.9%로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카드론 대출 최저금리가 연 3%에 들어선 건 이번이 최초다.

카드론 금리를 낮추는 흐름은 지난해부터 강해졌다. 카드업계는 부동산 취득 자금과 주식 투자 자금을 갖추려는 고신용자의 수요에 대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먼저, 우리카드는 지난해 8월 연 4.0~10% 범위 내에서 카드론을 제공하는 '우카 마이너스론'을 출시했다. 이밖에도 롯데카드(4.95%), 수협중앙회(4.0%), SC제일은행(4.5%)이 작년에 4%대 최저금리를 제시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선보인 마이너스 카드론 역시 우량고객(고신용자)을 겨냥해 낮은 금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는 고객 신용등급에 대한 일종의 가격"이라며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등급에 따라 못받는 고객이 분명 있기 때문에, 최저금리를 낮추는 건 고신용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 이로 하여금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신용자의 카드론 수요는 은행 등 제1금융권의 신용대출 규제로 더욱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에 카드론은 저신용자나 채무자가 많아 연체율 문제가 존재했지만, 고신용자의 유입 증가로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2조460억원이다. 이는 전년도(29조1070억원) 보다 약 3조원(10.1%)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카드론 잔액 증가에도 연체율은 나아지고 있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카드론 연체율은 전년 대비 0.4% 포인트 개선된 1.02%를 기록했다. 우리카드와 신한카드도 각각 0.3%포인트, 0.22%포인트 연체율이 줄었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 역시 0.17%포인트, 0,16%포인트 개선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에게 카드론은 실적 올리기 좋은 수단"이라며 "본업인 신용카드에서 수익을 내려면 가맹점 수수료가 뒷받침 돼야 하지만, 현재 수익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수수료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카드론을 비롯해 다른 금융상품이나 PLCC(상업자표시 신용카드) 등 타 사업 확대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파산 위기 등에 처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리를 함부로 낮추는 건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A카드사 관계자는 "금리가 실질적으로 낮아지면서 금융 혜택을 소비자가 올곧게 영위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악화된 시장 경제 상황에서는 되레 불법사금융 등으로 몰리는 등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앞서 당국에서는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가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다"며 "민간 금융사도 최대한 저신용 고객을 흡수하겠지만, 부실 위험을 아예 간과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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