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햄 더 비싸진다..돼지고기 값 급등에 밥상물가 줄인상 예고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6.15 15:58 의견 0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돼지고기 값 상승에 따라 내달부터 스팸이 더 비싸진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햄·소시지 육가공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 가격 인상 제품은 스팸을 포함한 육가공 제품 20여 종이다. 이유는 원재료 값 상승이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지육가는 지난해 기준 1kg당 4506원 수준에서 지난달 5403원으로 19.9% 급등했다. 지육가는 부위별로 나누기 전 고기 가격을 말한다.

돼지고기 [자료=픽사베이]

■ 돼지고기 가격 왜 오르나..아프리카돼지열병에 기인

돼지고기 가격 급등 원인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자 중국이 자국 내 돼지 사육을 늘렸다. 돼지고기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민 육류다.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이에 중국은 돼지고기 확보를 위해 돼지 사육 및 사료인 옥수수·대두 등 소비도 늘렸다.

반면 올해 기후의 영향으로 옥수수·대두를 생산하는 브라질 등 곡물 생산국의 작황이 좋지 못했다. 곡물 생산량이 줄자 비축해둔 재고 물량의 소비가 늘면서 자연스레 곡물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옥수수·대두 가격이 오르면서 대체제인 밀 가격도 올랐다. 여기에 중국은 지난 3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46만톤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 늘렸다.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리는 데 따른 파급력은 세계적이다. 수입물량이 많기 때문에 전 세계 시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3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다시 창궐할 조짐을 보이자 중국이 발 빠르게 돼지고기 물량을 비축한 모양새다. 중국 내 돼지고기 인기에 따른 내수시장 안정을 위해 곳간 채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스팸 [자료=CJ제일제당]

■ 돼지고기 함량 가장 높은 스팸부터 인상

CJ제일제당의 스팸은 통조림햄 중 돼지고기가 함유량(클래식 92.44%, 마일드 92.37%)이 가장 높다. 그만큼 지육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CJ제일제당이 햄·소시지 가격 인상을 결정한 만큼 다른 육가공 브랜드도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스팸과 유사한 프리미엄 캔 햄을 생산 중인 동원F&B와 롯데푸드는 현재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동원F&B 관계자는 “비축해 놓은 돼지고기 물량이 있어 돼지고기 가격이 인상돼도 당장은 반영되지 않는다”며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올해 다른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돼지고기 값까지 올랐기 때문에 육가공 제품의 가격인상 문제도 거론되는 것 같다”며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2018년 CJ제일제당이 스팸 등 육가공 제품 가격을 인상한 이후 동원F&B 등 경쟁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렸던 전례가 있다. 육가공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식품업계의 통상적인 가격 인상 방식이기도 하다.

이에 CJ제일제당의 육가공 제품의 가격인상이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올 들어 연이은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즉석밥 햇반 가격을 6~7% 올렸다. 같은 달 식용유 가격도 올린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꾸준히 성장 중인 기업이다.

가공 식품의 가격인상은 밥상물가는 물론 외식물가도 올리는 출발선이기도 하다. 서민식품 대명사인 라면은 소비자 눈치를 보는 상황인데 반해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소비자의 물가 부담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당장 스팸 등을 납품 받는 외식업체는 가격 인상 역시 불가피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70% 올랐고 국내산도 20% 정도 상승했다"며 "육가공 제품은 돼지고기 함량이 높아 의존도가 크고 앞으로도 돼지고기 가격의 오름세를 전망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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