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물러난 남양유업, 소유와 경영 ‘분리’ 추진..신뢰 회복 가능할까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5.11 14:53 의견 0
남양유업 로고 [자료=남양유업]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사태’ 이후 경영 공백의 위기를 맞았다.

남양유업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요청했다고 전날(10일) 밝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홍 회장은 여전히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홍 회장의 남양유업 지분은 51.68%다. 가족 등 특수 관계인을 포함하면 53.08%다. 지분이 50%가 넘는 만큼 홍 회장은 경영권을 내려놓더라도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까지 남양유업의 이사회는 6명 중 3명이 오너 일가였다. 홍 회장과 홍 회장의 모친 지송죽 여사, 장남 홍진석 상무다. 지송죽 이사는 올해 93세 고령으로 최근 3년간 이사회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홍진석 상무는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회삿돈으로 고가 승용차를 빌리는 등 개인 용도로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대주주가 지분 50% 이상을 가진 국내 상장사 중 매출액이 가장 높다. 홍 회장의 연봉 역시 이들 상장사 주주 중 최고액이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조 클럽에서 떨어졌지만 2019년까지 11년간 매출액 1조원대 이상을 기록해왔다. 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식품기업은 20여개로 이는 규모가 큰 축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폐쇄적인 가족경영으로 불가리스 사태를 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조원대 매출을 넘나드는 큰 기업인데다 갑질 등 오너리스크 등으로 몸살을 앓아온 만큼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식품을 취급하는 기업은 오너의 이미지가 곧 기업의 이미지다. 업종 특성상 오너 이슈가 기업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갑질 논란 등 오너리스크가 드러날 경우 소비자의 신뢰가 깨져 불매운동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소비자의 신뢰 회복인 것이다.

남양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만큼 이와 비슷한 위기를 맞았던 유사 업종의 전례를 살펴봤다.

교촌에프앤비는 오너리스크를 겪고도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교촌에프앤비는 2018년 권원강 전 교촌치킨 회장 친인척인 임원의 사내 폭행·폭언 사건으로 불매운동을 겪었다. 이에 오너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고 롯데그룹 출신 소진세 회장을 영입해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권 전 회장은 회사 지분 73.1%를 유지하고 있으나 교촌에프앤비 이사회 6명 중 오너 일가는 단 한명도 없다.

미스터피자 역시 오너리스크를 겪었으나 경영 쇄신에 실패했다. 2016년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이 갑질 논란과 배임·횡령 사건 후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 전 회장과 가족 등 특수 관계인의 경영권 포기 확약에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해 추락했다. 오너리스크 및 막대한 영업 손실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오너일가는 미스터피자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긴급 이사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쇄신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만큼 작은 노력이나 변화가 생기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성실히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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