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가 깜짝 발탁됐다. 리딩금융으로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은행과 비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회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는 전날 이환주 KB라이프 대표를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선정했다. KB금융 계열사 대표가 은행장에 선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고 봤다. 2022년 취임 이후 코로나19,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재임 기간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환주 KB라이프 대표를 깜짝 발탁하면서 KB금융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안정'보다는 '변화'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대추위가 주목한 것은 이 후보자의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이다.
이 후보자는 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스타타워지점장,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 등 은행과 지주의 핵심 직무를 두루 거쳤다.
2021년 KB생명 대표로 발탁된데 이어 2022년 말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법인인 KB라이프의 초대 대표로 선임됐다. 명확한 방향성과 비전 제시로 조직과 프로세스를 신속히 정비해 양사의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 CFO 시절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카드와 KB증권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한 바 있으며 KB라이프 대표로 있으면서는 이례적으로 이사회 의장직도 맡았다. 비상임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서 보험·증권·카드 등 주요 계열사의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한 경험은 향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창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추위는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지주 회장 취임 이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를 통한 동반 성장을 강조한 양종희 회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계열사별 성장전략을 재정비함으로써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KB금융은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를 강화해 동반 성장해 온 결과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4%를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비은행 순익 비중이 30%가 넘는 곳은 KB금융뿐이다. 그만큼 KB금융의 은행·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다만 은행을 제외하고 비은행 계열사들이 업권별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은행·비은행 경험을 두루 거친 이 후보자가 그룹사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면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후보가 은행과 지주 CFO를 거치면서 KB금융 내에서 ‘재무통’으로도 꼽힌 점도 유효했다.
최근 KB금융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연계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CET1 13% 초과 잉여자본은 주주환원에 사용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의 밸류업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CET1의 분모인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수년간 지주·은행의 재무를 총괄해온 이 후보자가 자본·비용효율성 중심의 체질개선을 통해 일관된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견인할 적임자로 꼽힌 이유다.
KB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NIM(순이자마진) 축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의 핵심사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경영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은행장을 보좌할 경영진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과감히 발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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