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최근 경영실태평가에서 등급이 하향된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지적 사항들이 공개됐다. 그룹 준법감시체계, 자회사 인수·합병(M&A) 추진 관련 내부통제, 이사회 운영, 자회사 평가 등 사실상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 체계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통보하고 경영유의사항 11건과 개선사항 10건을 부과했다. 경영유의 사항과 개선사항은 금융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경영유의는 3개월, 개선사항은 6개월 안에 지적 내용을 고친 뒤 금감원에 개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우리금융그룹 사옥 (자료=연합뉴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금융 자회사의 준법감시인은 검사 대상 기간 중 내부통제기준 위반 사실을 발견하고도 지주에 보고하지 않거나 뒤늦게 보고했다. 우리금융도 자회사의 내부통제기준 위반이나 보고 미흡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거나 재발방지대책 이행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또 우리금융은 자회사에 전달한 중요한 경영사항 등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관리하지 않았다. 자회사 등이 사전협의 요청 후 지주사의 의견을 회신받기 전에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완료한 사례가 확인되는 등 사전협의 절차도 미흡했다.

금감원은 “그룹의 주요 경영의사결정에 대한 정보와 의사전달이 공식 문서를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관련 시스템과 업무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며 “지주사 및 자회사 등이 사전협의 절차를 준수할 수 있도록 세부 업무매뉴얼이 마련·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양·ABL생명 등 M&A(인수·합병)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전반적인 내부통제와 리스크 평가 절차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M&A 관련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세부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이를 정확하게 인식·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내규 등에서 실사결과를 경영진 및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지 않아 실무자들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사항을 임의로 판단해 선택적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주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리스크 관련 검토 및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A 부서의 경우 인수대상 기업의 핵심 리스크인 보험 리스크를 인식·측정하는 등 분석 없이 ‘적정성 판단불가’ 의견을 제시했다.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A 부서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보험계리법인의 평가결과만을 인용해 “보험리스크 등 검토 결과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고 보고하고 관련 임원은 “그룹 내 보험 전문가가 없어 보험리스크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술하는 등 보고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인수 결의에 필요한 정보도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다. 그룹의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안건인데도 사전간담회를 개최하지 않고 본회의 개최 수일 전 비공식 면담을 통해 위원들에게 안건의 주요내용에 대한 보고와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이사회 본회의에서 인수 관련 계약서에 포함된 ‘매수자가 정부의 승인을 득하지 못할 경우 예외없이 매도자에게 계약금이 반환·몰취된다’는 중요한 계약사항에 대해 충실한 보고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사회 개최일에 리스크관리위원회 개최와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모두 이루어진 점을 감안 시 이사회의 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자회사의 중요 경영사항에 대한 관리 및 평가절차도 미흡했다고 봤다.

우리금융은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우리은행의 경영 의사결정 및 재무실적 등이 그룹 내 경영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해 그룹경영협의회 등을 통해 지주사 및 다른 자회사와 협의하지 않고 그룹의 장단기 경영전략 및 주요 추진사업과 상충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도입했다.

또 2022년 및 2023년 우리은행에 대한 성과평가 시 거액의 횡령사고, 금융당국으로부터의 기관경고 이상 제재 등을 감안해 내부통제부문 점수를 감점하면서 내부통제 부문 감점점수를 최대 비율로 감경해 줬다. 내부통제부문 자회사 성과평가 기술서에는 ‘제재수준 감경을 위한 노력도’ 등을 기재하는 등 자회사에 대한 성과평가가 관대하게 운영됐다.

금감원은 “내부통제부문 평가 감점제도가 자회사의 실질적인 내부통제 개선노력, 환수 실적 등 금융사고에 대한 사후 수습노력 등이 반영되도록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제재수준 감경을 위한 자회사의 노력도 등 불합리한 요소가 고려되지 않도록 성과평가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감원은 ▲운영 리스크 손실사건 수집·관리 강화 ▲그룹 공동투자 관리 강화 ▲소개영업 관련 책임 강화 등 경영유의 사항을 부과했다.

아울러 개선사항으로 ▲경영자문역 제도 운영방식 개선 ▲이사회 등 의사록 작성 및 안건공유 절차 강화 ▲자회사 임원 후보자 검증 절차 강화 ▲경영진 성과평가 체계 개선 ▲지주사 자본비율 산출 체계 개선 ▲공동투자 대손충당금 관리 강화 ▲자회사간 신용공여 담보비율 관리 절차 마련 등 10건을 지적했다.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결과 그룹 전체의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부실을 확인한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내렸다. 이번 경영실태평가 결과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에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융지주가 자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을 받아야 한다.

다만 등급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건부 승인 조치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와 우리금융 측의 개선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르면 5월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경영실태평가에서 미흡하다고 평가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