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고 우리금융그룹의 경영실태평가 강등으로 올해도 보험사 인수합병(M&A) 활동은 쉽지 않은 가운데 풋옵션 분쟁을 해결한 교보생명이 보험사 M&A 시장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동양생명, ABL생명, MG손해보험 본사 전경 (자료=각사)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통보를 받았다. 기존 2등급에서 하향 조정됐으며 지난해 발생한 부당대출 사고로 그룹 전체의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측면이 미흡했다고 평가된 점이 등급 하락에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하락하면서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M&A 활동은 암초를 만나게 됐다.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선 경영평가에서 2등급 이상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으며 인수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3등급을 받아도 보험사 인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다면 우리금융의 두 생보사 인수는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생보사의 최대 주주로 있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해체 수순에 접어든 상태라 인수 불발 시 국내 보험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소비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위해 생보사 인수를 승인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M&A 활동은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3등급 변수가 발생해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으나 진행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함께 추진되고 있던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는 결국 무산됐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자산·부채 이전(P&A) 방식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며 MG손보 인수를 포기했다. 인수 포기 배경은 노조의 강한 반대 영향으로 평가된다.
MG손보 노조는 그동안 예금보험공사가 메리츠화재와 P&A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반대하며 실사 활동을 방해해 왔다.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하는 M&A와 달리 P&A 방식은 고용 승계가 없어 매각 과정에서 해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메리츠화재가 전체 직원 10%의 고용 승계 보장과 비고용 직원에겐 위로금 250억원을 지급하는 협상안을 노조에 제시했으나 입장차는 좁혀지지 못하고 무산된 것이다.
5번째 매각 시도가 무산되자 예보와 금융당국과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예보는 현재 재매각에 나서거나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장기간 지정돼 있던 만큼 청산, 보험사 계약이전, 가교 보험사 설립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MG손보 노조는 지난 17일 “정상 매각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국과 소비자, 시장 흐름에 맡길 것이다”라며 “인수 의향이 있는 모든 곳을 대상으로 충분한 소통을 통해 매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보험사 M&A 활동이 각종 변수를 만나며 올해도 순탄치 않은 흐름을 보인 가운데 일각에선 교보생명이 보험사 M&A 관련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교보생명은 계속해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왔으나 신창재 대표와 어피니티 컨소시엄(사모펀드 어피니티, 싱가포르투자청(GIC), EQT파트너스, IMM PE) 간 ‘풋옵션 분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최근 어피니티와 GIC가 각각 SBI그룹과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이 만든 특수목적법인에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면서 분쟁은 해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풋옵션 분쟁이 해결됨에 따라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활동은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지주사 전환에 앞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자 손보사 인수에 나설 수 있어 보인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지난 2023년 2월 이후 계속해서 손보사 인수를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손보사 가격은 시장 예상보다 고평가됐다고 판단돼 즉각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풋옵션 분쟁이 해결돼 지주사 전환을 노리는 교보생명이 보험사 M&A 시장에서 키플레이어로 부상했다”며 “다만 인수한다면 손보사일 텐데 MG손보는 최근 메리츠화재와 불발됐고 롯데손해보험은 건전성 악화에 매각가도 시장 평가보다 2배가량 비싸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당장 검토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