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하향되면서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 여부가 안갯속으로 빠졌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인허가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 조치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간 내부통제 혁신과 자본비율 개선 노력을 이어온 만큼 조건부 승인 조치 기대감이 크다.
17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사옥의 모습 (자료=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 검사 결과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결론을 내고 전날 우리금융에 통보했다. 기존 2등급에서 한 단계 하향조정된 것으로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은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이번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락에는 우리은행서 발생한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금감원이 파악한 우리은행 부당대출 규모는 약 2334억원이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고위 임원이 연루된 부당대출 규모는 약 730억원 규모다. 금감원은 이 중 451억원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된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게 되면서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영(M&A) 성사 여부에 시선이 모인다. 금융당국의 금융지주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자회사를 인수하려면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급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경영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본다. 금융위가 자본건전성·내부통제 체제 개선 등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내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 3등급인 상태서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이 내려진 전례가 있다.
우리금융은 부당대출 사고 이후 ‘환골탈태’ 수준의 내부통제 체제 혁신을 추진해 왔다. 윤리·내부통제위원회와 윤리경영실 신설, 영업현장 내부통제 3중 관리 체계 구축, 금융사고 관련 이사회의 관리·감독 체계 강화, 여신감리 조직 격상 등이 대표적이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소폭 개선됐다. 우리금융은 전날 정정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CET1 비율이 12.13%로 집계됐다고 밝히면서다.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잠정적으로 내놓은 12.08%보다 0.05%포인트 오른 수치다.
연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영향으로 CET1 비율이 하락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나 자산 리밸런싱(재조정) 등을 통해 이를 방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3%대 초중반인 다른 금융지주 대비 낮아서 보험사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 있었다. 이번 자본 비율 개선 노력으로 이러한 우려는 일부 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인수에 대한 우리금융의 기대감이 크다.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딜이 성사되면 단시일 내 은행 의존도를 80% 수준으로 낮춰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어서다.
인수 이후 사명 변경을 고려해 최근 ‘우리라이프’, ‘우리금융라이프’, ‘우리라이프인슈어런스’, ‘우리파이낸셜라이프인슈어런스’ 등 상표도 출원한 상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내부통제 계속 관리해 왔고 자본비율도 12.13%로 잠정치를 넘겨 개선됐다”며 “경영실태평가에서 미흡하다고 평가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