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위원회가 하나은행과 하나생명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한 ‘민간 주택연금 서비스’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초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차원의 연금제도라는 진단에서다.
하나금융그룹은 민간 주택연금을 비롯해 다양한 시니어 특화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의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HANA THE NEXT)' 라운지에서 한 고객의 상담을 받고 있다. (자료=하나 더 넥스트 홈페이지)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21차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혁신금융서비스 25건에 대한 심사안이 의결됐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은 “하나은행·하나생명의 민간 주택연금 서비스는 굉장히 새로운 유형이고 사회적 필요로 봐도 고령층 하우스푸어 분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연금제도로 굉장히 유용하고 당국이 해야 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공적 영역인 연금제도와 관련해 민간이 새로운 유형의 혁신상품을 발굴·신청한 것에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이 위원은 “이것이 앞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첫 걸음이 아닌가 생각된다”고도 덧붙였다.
하나은행과 하나생명은 지난해 12월 ‘12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 대상의 민간 주택연금 서비스’를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서 제공되는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없는 공시지가 12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은행과 보험사가 주도해 부부 사망 시까지 고정금리로 주택연금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이 민간 주도의 주택연금 서비스에 주목한 것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주택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의 한 축으로 부각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하고 가진건 집 한 채뿐인 고령층 ‘하우스푸어(주택을 보유했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주택연금은 유용한 노후준비 수단될 수 있다.
현재 공공 주택연금은 주금공의 보증으로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기준 가입자 수는 13만3364명, 평균 월지급금은 122만원이다. 하지만 12억원 이하 주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부부 중 한 명 이상이 55세 이상이어야 가입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12억 초과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 하우스 푸어에 대한 지원 공백은 민간에서 메워야 하는데 규제에 가로 막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주요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KB골든라이프 주택연금론’, 신한은행이 ‘미래설계 크레바스 주택연금대출’, 하나은행이 ‘하나 역모기지론’을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10~30년의 기간이 정해진 비종신형인데다가 지급 받는 연금액이 담보주택의 가치를 상회할 때 차액 상환의무를 갖는 소구형이다. 주택연금의 핵심인 평생 지급, 평생 거주가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또 가계대출로 취급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를 적용받아 충분한 연금액 지급이 어려웠다.
하나은행·하나생명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규제 면제 특례를 받고자한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금융회사가 종신·비소구방식의 역모기지론을 취급할 때는 기존 주택 관련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DSR 규제 등에 대한 특례를 부여한 것이 이번 혁신금융 지정의 핵심이다.
부동산에 자산이 치중돼 노후소득이 부족하나 주금공의 주택연금 가입이 불가능했던 노령가구도 공공 주택연금과 동일한 성격의 민간 상품에 가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현재 하나은행·하나생명은 새 주택연금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상품안은 출시 30일 전까지 금융당국 실무부서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부 절차가 추진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특례 적용을 받아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하나 더 넥스트’의 시니어 금융 서비스의 한축으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 더 넥스트는 하나금융그룹의 시니어 특화 브랜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그룹 내 모든 관계사가 협력해 전 생애 주기에 걸친 금융·비금융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나금융은 이번 주택연금 서비스를 비롯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 전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니어 세대의 라이프사이클에 최적화된 시그니처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