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력 강화·조직 안정·내부통제’ 과제 첩첩산중..신임 행장들 어깨 무겁다

5대 시중은행장 중 4명 교체..이례적 인사 바람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 영업 전문가 전면 내세워
영업력·비은행 강화해 내년 실적 개선 추진
신임 행장들, 조직 안정·내부통제 고삐도 죄야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2.26 10:40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5대 시중은행장 중 4명이 교체됐다. 고환율과 금리 인하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변화다. 당면 과제인 비은행과 영업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짧은 임기 동안 조직 안정·내부통제 강화 숙제까지 풀어야 하는 신임 행장들의 어깨가 무겁다.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내정자, 이호성 하나은행장 내정자, 정진완 우리은행장 내정자,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내정자 (자료=각사)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차기 행장 인선이 마무리됐다. 최근 신한·하나·우리은행은 지주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차기 행장에 대한 이사회 추천과 주주총회의 의결을 마쳤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도 조만간 이사회와 임시주총을 열고 차기 행장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5대 시중은행장 5명 중 4명이 내년 새 얼굴로 교체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만이 유일하게 연임으로 자리를 지켰다. 5대 시중은행 수장 5명 중 4명이 한 번에 바뀌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 상황이다.

그간 주요 금융지주들은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에 따라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행장 교체를 자제해 왔다. 검증된 인사들을 연임시킴으로써 조직 안정을 꾀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올해는 고환율과 금리 인하로 대표되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뚜렷한 기조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신임 행장 면면에서 엿볼 수 있다. 영업 전문가를 내세워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추천했다. KB라이프의 초대 수장인 이 후보는 그룹내 주요 핵심직무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 중심 경영철학을 균형있게 실현할 수 있는 현장감과 경영관리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NIM 축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의 핵심사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경영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이사회도 차기 하나은행장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추천하며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손님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호성 후보를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하나은행에 입행해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등을 거친 그룹 내 대표적 영업 전문가다. 하나카드 사장 재임 기간 동안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차기 우리은행장에 오른 정진완 부행장도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은 맡고 있는 영업 전문가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정 부행장에 대해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NH농협금융은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추천했다. 강 내정자는 다년간 여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일선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기획력과 영업력을 겸비한 ‘육각형 인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임 행장 선임에 비은행 강화 전략도 중요한 요인이 됐다. 신임 행장 4명 중 3명이 보험·카드·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 대표 출신이기 때문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이환주 후보 추천은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로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내년 은행권의 핵심 경영목표가 영업력과 비은행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조직 안정·내부통제 관리를 도외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3분기까지 5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적발건수는 총 53건으로 지난해 연간 적발건수 36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굵직한 금융사고가 행장 교체의 주요 원인이 됐다.

차기 우리은행장에 내정된 정진완 부행장은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해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강태형 농협은행장 내정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부통제 강화가 가장 큰 숙제”라고 언급했다. 농협금융 이사회는 “인사 경험과 변혁적 리더십을 갖춘 강 내정자는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적재적소 인사 구현을 통해 농협은행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내년 영업력 강화에 인사 방향이 맞춰진 것 같다”면서도 “최근 은행장 임기가 2년 정도로 짧아진 상황에서 조직 안정과 실적 개선을 함께 추진해 나가기엔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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