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금융, 은행장 인사 공식도 바꿨다..‘은행-비은행 시너지’ 강화 사활

국민은행장에 계열사 대표 첫 임명..하나은행엔 하나카드 사장
KB금융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 추진 인사 철학 반영”
은행-카드 ‘트래블로그’ 성공신화 다시 한 번..“관계사와 협업 제고”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2.19 11:11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과 하나금융이 핵심 계열사인 은행 수장 자리에 비은행 계열사 대표를 내정했다. 은행과 비은행 시너지 강화라는 당면 과제에 금융지주들이 기존 인사 공식마저 바꾸는 모습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왼쪽),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자료=각사)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KB국민은행 장에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 대표가, 차기 하나은행장에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가 내정됐다.

통상 은행장은 내부 승진을 통해 선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 시중은행장 중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부행장에서 내부 승진한 경우다.

■ KB금융, 부행장→은행장 공식 깨져

이번 인사는 현직으로서 은행 경력보다는 비은행 부문에서 검증된 경영성과와 시너지 창출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특히 KB금융이 계열사 대표를 국민은행장에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근 현 행장과 전임인 허인 전 행장 모두 은행 경영기획그룹 대표와 영업그룹 부행장을 거쳐 행장이 된 케이스다.

이환주 후보자도 은행에서 개인고객그룹 대표,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역임했지만 2021년 지주 재무총괄을 거쳐 2022년 KB생명보험(현 KB라이프생명) 대표에 오르면서 은행 경력이 끊겼다. 이번 인사로 4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셈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국민은행장으로 추천하면서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직접적으로 밝혔다.

이 후보자가 계열사 대표로서 경영 성과를 이미 입증했고 향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게 이사회 평가다.

이 후보자는 KB라이프의 초대 수장이다. 전신인 KB생명보험 대표에 올라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 법인 출범 작업을 진두지휘했고 합병 후에는 초대 대표 자리에 추천됐다. 명확한 방향성과 비전 제시로 조직과 프로세스를 신속히 정비해 양사의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자는 지주 CFO 시절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카드와 KB증권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한 바 있으며 KB라이프 대표로 있으면서는 이례적으로 이사회 의장직도 맡았다. 비상임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서 보험·증권·카드 등 주요 계열사의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한 경험도 이 후보자가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적임자로 꼽힌 배경이 됐다.

■ 은행-카드 협업 ‘트래블로그’ 성공신화 이을까

차기 하나은행장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임명된 것도 ‘깜짝 발탁’이다. 현 하나은행장인 이승열 행장도 하나생명 대표에서 은행장으로 이동한 케이스다. 다만 하나생명 대표 시절이 1년 미만으로 짧았고 계열사 대표 경력보다는 외환은행 출신이라는 점이 더욱 주목 받았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이후 첫 외환은행 출신 은행장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호성 후보자는 지난 1월 하나카드 대표로 임명돼 2년의 임기를 꽉 채웠다. 하나카드 대표 재임 기간 동안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면서 실적 개선 성과를 냈다. 하나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18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7% 늘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하나카드 대표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이 후보자 발탁 이유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꼽았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성장을 위해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나은행 이사회도 전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호성 후보자의 하나은행장 선임을 주주총회에 추천할 것을 의결했다.

하나은행 임추위는 이 후보자에 대해 “하나카드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트래블로그 카드와 법인영업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으며 영업력에 더해 경영전략에 있어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다”며 “이를 바탕으로 대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은행의 안정적인 성과 창출을 이끌어 내고, 은행의 중장기 전략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평했다.

올해 은행장에 계열사 대표를 임명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공통적으로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를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 중이다.

KB금융은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를 강화해 동반 성장해 온 결과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4%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이 비중이 17.3%로 낮지만 지난해 연간 기록한 4.7% 대비로는 급성장했다. 내년까지 목표치인 3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이 후보자를 대신할 하나카드 신임 대표 자리에 성영수 하나은행 부행장을 추천했다. 성 후보자는 은행 기업그룹장과 그룹CIB부문장을 겸임한 ‘영업통’이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기업 영업 부문과 외환 부문에서 경력을 보유한 성 후보자가 “하나은행 등 관계회사와의 협업을 제고해 그룹의 비은행 부문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명시했다.

최근 하나금융은 시니어 통합 특화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를 출범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그룹 내 역량을 한 곳에 모아 은행 중심 자산관리를 넘어 그룹 내 자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나은행 거점 지점을 중심으로 하나 더 넥스트의 채널 확대가 예정된 만큼 이호성 차기 행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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