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현재 공개된 후보군 명단이 외부 출신과 계열사 대표가 빠진 현직 부행장·부사장만으로 구성되면서 상업-한일은행의 계파 갈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행장은 전날 우리금융 이사회에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히며 은행장 후보 롱리스트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후임 은행장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지난 9월 27일 첫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한 지 두 달여 만에 자진 사퇴 의사를 공식화한 셈이다.
앞서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22일 정례이사회에서 조 행장이 연임이 어렵다는 데 뜻을 모았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가운데 조 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는 등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의 여파가 커지면서 사실상 연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 행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행장 후보 선임을 위한 자추위의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르면 28일, 늦어도 29일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는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부문장),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겸임), 이정수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정진완 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조병열 은행 연금사업그룹 부행장, 조세형 은행 기관그룹 부행장(이상 가다나순) 등 6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우리은행 부행장이 4명,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이 2명이다. 이중 김범석 부행장은 국내영업부문 부문장을 맡고 있고 박장근 부사장은 은행의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겸임 중이다.
외부 출신은 물론 우리금융 계열사 대표도 1차 후보군에 빠진 점이 눈에 띈다. 자추위는 지난해 은행장 선정 당시 우리캐피탈 대표인 조병규 행장과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를 1차 후보군 명단에 포함 시킨 바 있다.
이번 행장 후보군 하마평에 지난해 숏리스트에 포함됐던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를 비롯해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전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강신국 우리프라이빗에쿼티 대표(전 기업투자금융 부행장) 등이 거론됐지만 후보명단에는 빠졌다.
횡령·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내부결속을 위해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발탁에 무게를 두고 후보군을 선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리은행의 전신이 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각각 3명으로 후보군이 구성되면서 출신 은행의 균형을 맞춰 안배한 것 아닌가하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1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우리은행의 행장은 두 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아왔다. 상업은행 출신인 조 행장이 물러나면서 차기 행장으로 한일은행 출신이 안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 후보군 중에서는 이정부 부사장, 정진완 부행장, 조병열 부행장인 한일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은 대외적으로 계파가 사라졌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파벌 갈등이 여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10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우리은행이 여러 은행이 합하다 보니까 통합 은행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계파적인 문화가 잔존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예상을 깨고 현직 부행장이 아닌 계열사 대표인 조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선임함으로써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각각 3명씩 후보군에 선정된 것은 어느 정도 출신 은행별 안배가 있었다는 얘기”라면서 “다만 최종 후보자는 위기관리와 경영능력을 중요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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