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률 관리 나섰지만..공사비 인상에 몸살 앓는 정비·공공 사업

한국건설기술연구원, 8월 건설공사비 지수 129.71..3년새 30%↑
GS·HDC, 정비사업 공사 중단 예고·계약 해지 이어
위례선·서부선 사업도 영향..정부, 상승률 연 2%로 관리 나서

우용하 기자 승인 2024.10.10 11:3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최근 빠르게 상승한 결과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정비사업장이 속출했고 공공 공사에서도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하는 등 난항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승률 관리 방안을 마련해 안정화에 나섰지만 대부분 중장기 대책이라 즉각적인 효과는 떨어질 것이란 반응이 이어졌다.

10일 진행률 80%에 달하고 내년 5월 입주를 앞둔 장위4구역 건설 현장에 건설 중지 예고 현수막과 GS건설의 호소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우용하 기자)

10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3년에도 127.9포인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8월에는 129.71포인트까지 올랐으며 전월 대비 0.19% 감소하긴 했으나 전년 동월과 비교 시 1년간 1.82% 상승한 것이다.

건설공사비 지수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작성된 가공통계로 특정 시점 물가를 기준으로 해 건설공사 투입 자원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다. 기존 공사비 자료와 현가화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며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에 있어 가격 등락을 측정하는 데도 사용된다.

통상 건설공사비 지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4~5% 수준으로 유지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원자재와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했고 고금리 기조까지 더해져 3년 만에 28%가량 상승하게 된 것이다.

수년 사이 건설공사비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자 정비현장에서는 공사 중단을 예고하거나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최근 GS건설은 장위4구역 정비사업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과 호소문을 부착했다. 공사비 증액 관련 논의에 있어 조합과 견해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원가가 오른 만큼 시공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약 722억원 증액을 요청했으며 이후 7월 483억원으로 조정했으나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장위4구역의 경우 공사진행률이 80%에 달하고 내년 5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계약이 해지되진 않겠지만 서울 방화6구역에선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방화6구역의 재개발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담당했다. 하지만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됐으며 1년 넘게 공사 중단 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조합은 지난달 29일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계약 해지안을 통과시켰으며 HDC현대산업개발과 결별하기로 했다.

공사비 상승 여파는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공공 공사 진행도 지연시키고 있다.

위례신도시와 서울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연결하는 위례신사선의 경우 GS건설 컨소시엄이 2020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자재가격 급등과 금리 인상 여파로 참여 기업이 대거 이탈하자 결국 6월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에 서울시는 8월에 재공고를 올리며 사업자 모집에 나섰지만 또 유찰됐으며 4일에는 사업비를 775억원 인상한 1조8360억원으로 결정한 후 다시금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상황은 서부선도 유사하다. 은평구와 관악구를 연결하는 서부선 사업도 공사비 인상이 야기한 사업성 약화를 이유로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이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정비사업뿐 아니라 공공 공사에서도 공사비 상승에 따른 문제가 이어지자 정부는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상승률을 연 2%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해당 방안은 자재비 안정화와 협의체 운영, 신규 인력 수급, 조달 공공조달 제도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고 가파르게 오른 시멘트 가격의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해외 시멘트 수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멘트의 경우 장기 보존이 불가능하고 품질이 건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대량 수입은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중장기 대책 위주로 구성돼 있고 이미 공사비가 상당히 오른 상황이라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내공사의 유찰이나 중단 문제가 지속됐고 조금씩 제도개선을 통해 해결해 가고 있지만 결국 '예산' 문제로 귀결되다보니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된 공사비 현실화 방안이 수립돼 어려움에 처한 건설업계가 정상적인 공사비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고품질의 시공 목적물을 완성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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