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핵심 수출산업인 철강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악화 국면에 빠졌다. 이 중 포스코는 K-철강 대표 기업으로서 위기 속에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1위 철강사의 강자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소재도 글로벌 톱티어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통적 철강사에서 미래 소재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목표다. 포스코의 두 핵심 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장인화 회장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취임 100일차를 맞은 그의 역할과 기대 요인, 풀어야 할 과제를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는 굳은 마음을 갖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외친 포부다. 그는 시가총액 200조 기업 도약과 함께 불안정한 철강업황 속 수익성을 견고하게 지탱해줄 열쇠로 이차전지를 지목했다.
전기차 불황에도 대규모 투자로 기회를 엿보려는 노력은 ‘장인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올들어 거세진 포스코의 배터리 직진도 장 회장의 의지에 힘입어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앞서 장 회장은 이달 1일 ‘CEO(최고경영자) 타운홀미팅’에서 ‘2030 소재 분야 글로벌 최고 기업가치 달성’을 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차전지를 포함해 철강과 신소재를 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오는 2030년 시총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장 회장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해를 이차전지소재의 모든 공급체계를 본격 가동하는 원년으로 선언했다. 소재 원료 확보부터 전구체와 양극재, 음극재 등 소재 생산까지 이르는 풀 밸류체인을 고객에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단 포부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오는 2026년 매출 11조원 달성을 노리고 있다. 이 기간까지 연간 리튬 9만6000톤과 ▲니켈 4만8000톤 ▲양극재 39만5000톤 ▲음극재 11만4000톤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이차전지소재 사업 고도화 전략으로는 풀 밸류체인 완성에 이어 사업경쟁력 강화, 차세대전지 소재시장 선점 등을 선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미래기술연구원과 포스텍, 포스코퓨처엠과 연계한 산학연 역량을 총 동원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 전기차 캐즘 돌파 관건..장인화 회장 “이차전지 투자 축소 없어”
장 회장의 바람대로 포스코가 이차전지 성공 신화를 쓰려면 전기차 캐즘을 돌파하는 일이 우선이다. 올해 배터리업계는 불안정한 업황으로 실적 추락을 겪고 있다. 포스코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분기 이차전지소재 사업의 영업익은 60억원으로 전년보다 40% 급감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사업 부진으로 이차전지 투자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반면 장 회장의 이차전지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지난 5월 세종시 포스코퓨처엠 에너지 소재연구소와 음극재 공장을 찾아 “전기차는 꼭 가야 하는 방향으로 그룹 차원에서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계획한 투자액(10조8000억원) 중 43%인 4조6000억원을 예정대로 이차전지 소재에 쏟는다는 계획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도 작년 기준 철강 65%, 인프라 35%에서 오는 2030년 ▲철강 35% ▲이차전지소재 30% ▲인프라 25% ▲신소재 10%로 전환할 방침이다.
나아가 전기차 캐즘에 따른 광물 수요 감소를 되레 기회로 삼아 염호·광산 등 리튬 우량자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양극재는 고객 다변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음극재는 천연·인조·실리콘계 라인업 강화를 추진한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계획과 연계해 양극재와 고체전해질, 리튬메탈 음극재도 공급할 방침이다.
■ 포스코퓨처엠 등 계열사 가세..북미 공략부터 리사이클링까지
불황을 기회로 바꾸는 동시에 최정우 전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이차전지 세계 톱티어’ 목표를 현실로 이끄는 노력도 관전 포인트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리튬 42만3000톤 ▲니켈 24만톤 ▲리사이클 7만톤 ▲양극재 100만톤 ▲음극재 37만톤 ▲차세대소재 9400톤의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그룹의 이차전지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도 전기차 최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4월에는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합작사에서 만든 양극재를 혼다가 북미에서 제조하는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광양공장에 연 4만5000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 건설을 마치고 시운전에 돌입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여기서 생산한 전구체는 국내 판매 또는 일부 수출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할 수 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이 갖춘 리사이클링 공장은 연간 블랙매스 1만2000톤을 처리해 니켈 2700톤, 코발트 800톤, 탄산리튬 2500톤 등 이차전지소재의 원료가 되는 금속 자원을 회수할 수 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앞서 포스코홀딩스와 GS에너지가 합작한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와 중국 화유코발트가 공동투자한 업체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도 정 회장의 이차전지 경쟁력 강화 의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이달 12일 열린 ‘이차전지소재사업 밸류데이’에서 “철강과 이차전지소재사업에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캐즘 시기를 적극 활용한 우량 자원 확보 및 효율적인 양산체계 구축 등 근원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원료·소재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양극재 사업부문의 판매 성장률이 30%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그 중 얼티엄셀즈 비중이 약 62%로 추정된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북미 고객사 물량 확대 등 효과가 더해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공정개선과 생산효율성 제고, 안정적 원료 공급망 구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미래 성장 가치가 높은 우량 자산에 투자해 경쟁력 있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미래소재 분야에 특화된 유망사업을 집중 발굴·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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