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전기차 불황에도 이차전지 투자에 고삐를 죈다. 핵심 자회사로 부상한 포스코퓨처엠의 전기차 최대 시장 공략도 빨라질 전망이다. 북미에서 제너럴모터스(GM)·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협업하거나 소재 공급에 힘쓰는 모습이 눈에 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26일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합작사에서 만든 양극재를 혼다가 북미에서 제조하는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연내 최종 계약이 목표다.
두 회사는 배터리 성능과 원가를 좌우하는 양극재를 현지에서 생산해 북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더욱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에 따라 캐나다에서 생산한 양극재는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
지난 2022년 7월에는 미국 GM과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을 캐나다 퀘벡주에 세웠다. 올해 하반기 준공을 앞뒀다. 국내 배터리 소재 회사 중 처음으로 완성차 기업과 합작해 북미 현지 사업에 나선 사례다. 얼티엄캠이 계획하는 양극재와 전구체 연간 생산능력 규모는 각각 6만3000톤(t), 4만5000t이다.
이차전지 소재 공급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22년 말 미국 얼티엄셀즈에 9393억원 규모 인조흑연 음극재를 6년에 걸쳐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이 계약과 관련해 비용 상승분을 고려한 판가 재협상까지 완료하는 등 수익성 제고 노력도 이어오고 있다. 포스코퓨처엠는 늦어도 오는 2026년부터는 인조 흑연 부문에서 흑자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양극재 사업부문의 판매 성장률이 30%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그 중 얼티엄셀즈 비중이 약 62%로 추정된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북미 고객사 물량 확대 등 효과가 더해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장인화 회장 “이차전지 투자 지속”..북미 중심 성장세 기대
포스코퓨처엠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 투자를 감행하는 배경엔 장인화 회장의 '배터리 직진' 의지가 있다.
앞서 장인화 회장은 지난 21일 세종시 포스코퓨처엠 에너지 소재연구소와 음극재 공장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기차는 꼭 가야 하는 방향으로 그룹 차원에서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업황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투자를 축소할 것이란 추측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올해 계획한 투자액(10조8000억원) 중 43%인 4조6000억원을 예정대로 이차전지 소재에 쏟는다는 계획이다.
장 회장의 전략이 빛을 발하려면 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자회사인 포스코퓨처엠이 글로벌 무대에서 자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평가다.
포스코퓨처엠도 이를 의식해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규모를 오는 2030년까지 각각 100만톤, 37만톤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다. 매출과 영업익은 이 기간까지 43조원과 3조4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영업이익(359억원)보다 100배 가까이 뛴 수치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전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이를 위해 배터리 소재 사업의 ▲글로벌 유일 원료광산부터 소재 생산 및 리사이클링을 포괄하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 ▲그룹의 탄탄한 자금력과 이를 기반으로 신속한 투자 결정을 통한 글로벌 양산 능력 확대 ▲산-학-연의 연구·개발(R&D) 트라이앵글이 구현하는 기술개발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은 원료와 중간소재, 최종소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예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할 것”이라며 “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가장 높은 북미 전기차 시장 중심으로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공정개선과 생산효율성 제고, 안정적 원료 공급망 구축으로 수익성 개선에 노력할 예정”이라며 “전기차 캐즘 시기에 고객사 등 글로벌 수요를 고려해 유연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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