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핵심 수출산업인 철강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악화 국면에 빠졌다. 이 중 포스코는 K-철강 대표 기업으로서 위기 속에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1위 철강사의 강자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소재도 글로벌 톱티어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통적 철강사에서 미래 소재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목표다. 포스코의 두 핵심 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장인화 회장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취임 100일차를 맞은 그의 역할과 기대 요인, 풀어야 할 과제를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부동의 ‘철강업계 왕좌’ 포스코가 장인화 회장을 만나 이차전지 소재 강자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최정우 전 회장이 일궈놓은 배터리 성장 바통을 이어받은 그는 본업인 철강에 버금가는 이차전지 투트랙 전략으로 시총 200조 기업을 꿈꾼다.
장 회장은 국내 1위 철강사 입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톱티어 원료·소재 기업으로 나아가야 하는 특명을 안았다. 30년 정통 포스코맨이자 철강 전문가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그가 포스코 핸들을 쥘 당시에도 이런 이유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장 회장을 제10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룹은 장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요인으로 전문성과 리더십을 꼽았다. 포스코의 본업인 철강부문의 최고 전문가일 뿐 아니라 신사업부문에서도 그룹 전반의 기반 마련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다
당시 업계에선 장 회장 체제에선 그룹의 핵심축이 철강으로 쏠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포스코의 배터리 미래 경쟁력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 사이에서도 이차전지 소재 사업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장 회장의 이력에선 ‘철강통’ 면모가 도드라진다. 그는 경기고 출신으로 서울대 조선공학 학·석사에 이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에서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해 포스코건설 기반기술연구팀장과 포항사업과학연구원 강구조연구소장(상무), 신사업관리실장(전무),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전무), 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 철강생산본부장,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철강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18년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했던 포스코의 철강부문장으로서 신사업과 마케팅,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사업 전반을 경험했다.
철강 부문에선 AI(인공지능) 신기술을 이용한 제철소 스마트팩토리 체계를 구축해 국내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의 '등대공장' 선정을 주도했다.
우려와 달리 배터리 분야 신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과거 리튬을 포함한 양·음극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이차전지 소재 및 원료 중심의 그룹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썼단 평가다.
장 회장도 취임 당시 “포스코그룹의 본질은 철강이고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본업 경쟁력 제고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1∼2년 해온 게 아니라 십여년 간 꾸준히 했고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는 굳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호화 이사회·배임 의혹..최정우 전 회장과 닮은꼴 행보 비판도
장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한 부담 요소는 이차전지 뿐만이 아니었다. 임기 전부터 최정우 전 회장과 닮은꼴 행보를 보이면서 세간의 비판을 샀다.
앞서 포스코 회장 후보로 오를 당시 초호화 출장 의혹과 회장 자격이 없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하루가 머다하고 새어나왔다. 과거 최 회장이 임기 동안 마주했던 난제와 동일하다.
포스코노동조합은 지난 2월 19일 장 회장(당시 후보)에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했다. 만남의 목적은 그의 리더십과 신뢰성 판단이었다.
노조는 당시 “조합원에 신뢰받는 사람이 회장으로 선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후추위가 노조의 의견을 패싱하고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고 토로했다.
장 회장의 신뢰성에 물음표를 던졌던 건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같은 시기 긴급 집행위원회의를 열고 그를 회장 내정자로 반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포스코홀딩스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장 후보의 회장 선임 무효화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장 회장은) 2018년 4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숲에 5000억원 과학관을 기증하겠다고 하는 등 포항시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입힌 장본인”이라며 “과거 회장 경쟁을 앞두고 전 정권 실세를 수시로 만나는 등 노조가 신임 회장 조건으로 제시한 '외풍을 받지 않을 것'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장 회장을 향한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신반의 속 법적 리스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올해 2월 19일 그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장 회장이 2020년 4월 1조원 규모 자사주 취득 결의에 앞서 최 전 회장 등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담겼다. 또 2019년 중국 호화 이사회에 참가해 업무상 배임을 했고 2018년 4월 지역주민 삶 향상과 2017년 11월 지진 피해 복구 등을 위해 포항시장과 맺은 양해각서를 이행하지 않아 업무방해를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범대위는 최근 성명서에서 “(장 회장은) 이사회 문제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후추위가 범죄 피의자로 구성돼 공정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만큼 그들의 모든 결정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장 회장의 신뢰 회복·위기 돌파 능력이 취임부터 100일차를 맞은 현 시점까지 시험대에 오른 이유다.
■ 2030년 시총 200조 성장 포부..소통 및 기업문화·지배구조 혁신 속도
최 전 회장이 재임 기간 일궈 놓은 성과를 이어받아 더욱 수준 높은 도약을 이뤄내는 일도 장 회장 몫이다.
최 전 회장은 5년 넘는 임기 동안 이차전지 등 소재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포스코를 전통적 철강사에서 종합소재 기업으로 변모시켰단 평가를 받는다. 재계 6위였던 포스코를 지난해 5위로 끌어올린 것도 그의 대표 업적이다.
장 회장은 한 단계 나아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오는 2030년 그룹 합산 매출액을 2배, 영업익은 4배로 키워 합산 시가총액 200조원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하겠단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이달 1일 열린 ‘CEO(최고경영자) 타운홀미팅’에서 이런 비전을 발표하고 "그룹 사업과 경영 체제 및 조직문화 전반에 걸쳐 본원 경쟁력과 신뢰를 회복하면서 한계를 넘어 과감히 혁신하고 미래를 향해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및 신소재를 축으로 소재 분야 최고의 기업가치를 가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주문했다.
앞서 취임 당시 호화 이사회 해외 출장으로 논란이 일었던 만큼 지배구조와 기업문화 혁신도 나선다.
장 회장은 이달 말 대규모 조직 개편 단행을 진행한다. 또 거버넌스 혁신테스크포스(TF)를 꾸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장 회장은 직원들로부터 덕장이자 이차전지 소재와 마찬가지로 철강 사업을 진두지휘해 포스코 미래를 이끌 적임자로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았다”며 “소통을 중요시하는 인물로 임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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