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성 자꾸 후퇴하는 호반그룹 공익재단, 재단 존재의 이유 의혹

호반문화재단 공익목적사업 지출비율 늘지 않아
호반건설 주식 7% 보유와 유입 경로에 의문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5.02 10:14 | 최종 수정 2024.05.07 11:17 의견 0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지난해 호반건설 산하 공익법인인 호반문화재단의 공익성이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세청 홈택스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호반문화재단의 총자산은 약 4740억원이다. 이 가운데 공익목적사업에는 일반관리비용을 포함해 약 22억원 가량을 지출했다. 총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비율이 0.46%에 불과하다.

이는 직전해와 비교해 봤을때 더 감소한 수치다. 2022년 총자산 약 4747억원 가운데 관리비 포함 공익목적사업에 쓴 비용은 약 29억원으로 총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비율은 약 0.6%였다.

수치를 해석해 봤을 때 오히려 2022년에 비해 공익사업성이 더 떨어졌다.

2년을 거슬러 올라가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1년도는 총자산 약 3870억원 가운데 미술전람회 개최와 종합문화관 운영에 약 13억원을 들였다. 관리비를 다 포함해도 총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비율은 0.5%에 그쳤다.

호반건설이 지난해 1조원 당긴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불황에도 굳건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반대로 공익사업에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호반그룹 관계자는 "재단의 공시와 사업 진행 등은 호반그룹과 별도"라며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반문화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수익목적사업에 22억 지출했다는 것은 사업수행비용만 본 수치"라며 "공익법인은 출연재산의 1% 이상 무조건 집행하게 돼있기 때문에 수익(사업)용 출연재산 공익목적 의무사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0억원 넘게 지출했다"고 강조했다.

호반그룹 사옥 전경 (자료=호반건설)

■ 호반문화재단, 호반건설 주식 7% 넘게 가지고 있어

공익사업성에 대한 지적보다 호반그룹에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재단의 총자산 구성 내역과 출연자와의 연관성으로 보인다.

재단의 자산은 부동산에 더해 주식과 출자지분, 금융자산 등으로 이뤄져있다. 특히 재단과 특수과계에 있는 주식만 406만1200주로 이는 호반건설 전체 주식의 7.34%를 차지한다. 당시 장부가액으로만 3110억원어치 지난해 기준으로는 3095억원어치에 해당한다.

현재 공익법인 의결권은 상호출자제한기업에 한해 의결권 행사를 못하게 돼있지만 예외조항이 존재한다. 상장사 주주총회에서의 임원임명, 정관변경, 비계열사로의 합병과 영업양도 등에 대한 의결권 행사인 경우는 가능하다. 향후 호반이 상장을 할 때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공익법인을 살펴볼 때 특수관계사의 주식 보유 현황을 눈여겨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호반 입장은 매우 조심스럽다. 호반의 한 관계자는 "현재 호반문화재단이 가진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만 답하는 상태다.

■ 호반문화재단 주식 유입 경로 의혹

이에 더해 일각에서 재단이 보유한 호반건설 주식의 유입경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재단이 가진 호반건설 주식의 상당수는 2020년 12월 24일 단 하루 만에 기부받아 형성됐다. 그날 재단은 2명의 특수관계자에게 각각 7만주, 130만주를 기부받았다. 당시 장부금액으로 따지면 약 44억원, 약 809억원어치다.

이 외에 기타관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각각 78만주, 30만주를 기부받았다. 금액으로는 약 485억원, 약187억원어치다. 이를 더하면 약 1525억원어치다.

구체적으로 2020년도 호반문화재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부금수입 명목으로 영진산업개발(809억원), 영진리빙(485억원)으로부터 각각 현물 기부받은 것으로 기재돼있다. 이 외에 개인들로부터 현물기부를 받았다.

가장 큰 주식을 기부한 영진산업개발의 경우 이 정도 규모의 주식으로 기부할 수 있었는지가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영진산업개발 회계감사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매출 100억원 이상,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인 회사들은 외부 회계감사 의무가 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영진산업개발은 매출 100억원과 자산총액 120억원 이하에 해당된다. 하지만 800억원이 넘는 호반건설 주식을 한 날에 기부하면서 김상열 회장이 이 회사를 이용해 탈세 목적으로 우회적으로 기부 받는 형식을 취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2013년에 설립된 남도문화재단에 기부한 알앤원과 알앤투의 존재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들은 현재 폐업한 상태지만 호반그룹 공익재단 기부에 상당한 공을 세웠다. 알앤원과 알앤투는 호반문화재단 설립 당시 현금으로 각각 5억원씩을 출연했다.

또 2021년 기준 총자산이 3370만원에 그치는 남도문화재단이지만 2014년도에만 465억원어치를 현금 출연했다. 이 가운데 같은 해 남도문화재단은 보유한 자산을 서울 호반그룹 사옥부지를 461억원이 넘는 가격에 매입하는 데 썼다. 이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두 회사는 600억원이 넘는 자산을 재단에 출연했다.

2015년에 알앤원과 알앤투는 현금으로만 45억원 이 밖에 주식과 출자지분 및 토지와 건물로도 62억원 가량을 출연했다. 2017년에도 현금 14억원 가량에 더해 토지와 예적금, 예술품 항목으로 47억원 가량을 기부했다.

하지만 이들의 그동안의 회사 경영실적을 봤을 때 몇백억원에 해당하는 자산을 재단에 기부할 만큼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보여 영진산업개발과 마찬가지로 재단에 출연한 배경과 목적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호반은 현재 이 같은 의혹들에 휩싸이면서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호반은 구체적인 답변은 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민감한 내용"이라며 "재단에 주식을 기부한 관계자들은 좋은 취지로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반문화재단은 호반건설 창업주 김상열 회장 부인인 우현희 씨가 20여년간 이사장을 맡아왔고 호반건설 산하 재단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외에 호반그룹 산하에는 남도문화재단, 호반장학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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