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사업 확장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방산시장 진출과 첨단 기술 도입,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K-방산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이들의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FSRU. (자료=HD현대중공업)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패권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 미국의 위기의식, 유럽 방산 강국들의 반격이 맞물리며 세계 해군력의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격변의 한가운데서 HD현대중공업은 첨단 기술력을 무기로 K-방산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기술 혁신으로 미래 해전을 선도

HD현대중공업은 함정기술연구소와 미래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전동화, AI, 디지털 트윈 등 신기술을 신속히 함정 개발에 접목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실증에 성공한 상선용 AI 솔루션, 3D프린팅 기반의 선박 부품 현장 제작, 무탄소 전기추진체계 등은 글로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는 핵심 무기다.

회사는 미국 팔란티어와의 협업으로 AI·빅데이터 기반 무인수상정(USV) 개발도 선도하고 있다. 자율항해, 실시간 위협 탐지, 원격 무장 운용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무인수상정은 미래 해전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과 HD현대중공업의 함정 설계·건조 기술이 결합되면서 해상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예측하는 '스마트 해군' 솔루션도 현실화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HD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운항 선박 내 3D프린팅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선박 내에서 유지·보수·정비(MRO) 부품을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긴급상황에서도 신속한 수리가 가능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미국선급(ABS)으로부터 신기술 적합성 인증(NTQ) 2단계를 세계 최초로 획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향후 글로벌 MRO 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는 AI 조선소와 자율운항선박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생산성 혁신과 기술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함정이 특수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방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돌파하고 대한민국이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방산 전문가는 "HD현대중공업의 첨단 기술력과 글로벌 파트너십은 K-방산의 미래를 밝히는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홍보영상에 등장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모습. (자료=팔란티어)

글로벌 방산 패권 전쟁, 중국 vs 미국 vs 유럽

기술 혁신은 글로벌 방산 패권 전쟁 속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조선 시장의 53%를 장악했다.

2000년 단 5%에 불과했던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20여 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 국영 조선소인 CSSC(중국선박공업집단)는 2024년 한 해에만 250척 이상, 총 1400만 톤의 선박을 건조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모든 선박의 총톤수를 넘어서는 규모다.

중국의 성장은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군사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군민융합'(MCF) 전략을 통해 상업용 조선소와 군함 건조 시설을 통합 운영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2021년 말 중국 해군은 함정 수에서 미 해군을 추월했다. 2030년에는 435척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유럽 역시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의 BAE시스템즈, 프랑스의 나발그룹,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스페인의 나반티아 등 유럽 방산 기업들은 기술력과 전통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나발그룹은 호주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핀칸티에리는 미 해군의 FFG(X) 호위함 사업을 수주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의 혁신과 도전은 대한민국 방산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더욱 치열해지는 글로벌 방산 패권에서 기술 혁신이 곧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