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서울시 내 노후단지들이 재건축·재개발 활동에 필요한 각종 절차를 통과하면서 사업 진행을 가속하기 시작했다.

공사 규모가 큰 사업장의 재건축·재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일각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규제완화 동력이 상실돼 속도전 행보에는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단 평가도 나왔다.

서울시 내 노후단지들이 주민동의율을 확보하고 정비계획 공람을 진행하며 재건축 사업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자료=연합뉴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북권 최대 재건축 단지로 평가받는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 아파트는 최근 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주민동의율 50%를 달성했다. 지난 2023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지 약 2년만에 정비계획 입안 신청이 가능해진 것이다.

‘미미삼’ 아파트는 33~59㎡로 구성된 총 3930세대 규모로 준공 40년 가까이된 서울 동북권 대표 노후단지다. 단지 자체는 오래됐지만 수도권지하철 1호선과 경춘선을 이용할 수 있고 GTX-C 정차역으로 예정된 광운대역 초역세권 입지를 갖춰 전용 59㎡가 최근 8억원대에 거래 중이다. 특히 단지 동쪽 광운대역세권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e마트 트레이더스와 동부간선도로가 각각 단지 북쪽과 동쪽에 위치해 있다.

주민동의율 50%를 달성함에 따라 미미삼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정비계획 입안에 나설 예정이다. 당초 정비계획 입안을 위해선 60%의 주민동의율이 필요했으나 서울시가 올해부터 기준을 완화해 50%만 확보해도 진행할 수 있도록 완화했기 때문이다. 추진위는 다음 달 24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6월경 계획안을 관할구청에 제출할 방침이다.

미미삼 외 양천구 목동에선 목동 1·2·3단지가 정비계획 공람을 진행하며 사업 추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목동 1·2·3단지는 ▲1단지 34개동 1882세대 ▲2단지 37개동 1640세대 ▲3단지 30개동 1588세대 규모며 1~3단지 모두 15층으로 구성돼 있다. 1·2·3단지는 목동 4~14단지와 달리 제2종 일반주거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그동안 계속 종상향을 서울시에 요구해 왔다. 2종 주거구역은 최대 용적률이 250%까지지만 3종 주거구역은 300%까지 올라가 사업성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종상향 문제로 인해 1·2·3 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다른 단지들과 비교해 어려움이 많았고 진행 수준도 뒤처져 왔다. 하지만 지난해 양천구가 개방형 녹지공간인 ‘그린웨이’ 조성을 제시하고 서울시가 이를 대가로 종상향을 수용하면서 사업 추진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3종 주거구역 상향이 결정된 후 양천구청은 오는 28일까지 징비계획안을 수립안과 지정안에 대한 주민 공람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3개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49층, 1만237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거듭날 계획이다. 재건축 전 5110세대인 것과 비교해 무려 2배에 달하는 신규 주택이 공급되는 것이다.

지난 2월 선거를 통해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한 한남5구역은 수의계약을 위한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내며 사업 진행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작년 9월 2차 입찰 시도에서 유찰된 후 약 6개월만에 시공사 선정 활동에 나선 것이다. 조합장 선거 당시 후보자들이 앞다퉈 경쟁입찰 공약을 내세웠지만 신상철 조합장 직무대행이 당선되며 추진 방향은 수의계약으로 결정됐다.

한남5구역은 총사업비만 1조700억원에 달해 서울 핵심 정비사업으로 평가된다. 작년 진행된 1차 현장설명회엔 건설사 11곳이 참여해 관심을 보였지만 2차에선 DL이앤씨만 참여해 사실상 DL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DL이앤씨 역시 한남5구역을 수주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온 것으로 평가된다.

한남5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15일까지 입찰 신청서를 제출받는다. 이후 다음 달 31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정비사업장들의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속도가 중요하다고 평가되는데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파면으로 부동산 정책 동력은 상실됐고 규제 완화 논의도 멈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에선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이 작년 9월 제안된 이래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정비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 상향은 1.3배까지 높여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다보니 여러 사업장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최근 규제완화 법률 추진이 지지부진해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재건축·재개발은 지역구 의원에게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 국회 합의를 통해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