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금리인하 전망에 수익과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보험업계가 지난 1분기 자본성증권을 대폭 발행했지만 최근엔 주춤한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자본성증권이 포함된 보완자본의 중요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자본 비율은 일부 대형사도 위태로운 수준으로 확인돼 제도 도입 전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보험업계가 1분기 동안 4조7250억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며 선제적인 건전성 방어에 나섰다. (자료=연합뉴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발행한 후순위체 등 자본성증권 총액은 4조725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총발행액이 약 8조7000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을 1분기 만에 발행한 것이다.

1분기 동안 가장 많은 금액을 발행한 보험사는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다.

먼저 DB손해보험은 지난 2월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초기 계획으론 4000억원을 발행하려 했으나 수요 예측에서 2.75대 1이란 높은 경쟁력을 기록해 추가 발행했다. 현대해상 역시 8000억원의 후순위채를 지난달 발행했다. 마찬가지로 수요 예측 과정에서 총 1조2780억원의 주문이 몰려 증액해 발행했다.

KB손해보험은 1분기 중 6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그밖에 ▲NH농협손해보험 2000억원 ▲ABL생명 1500억원 ▲iM라이프 750억원이 공급됐다.

보험업계가 1분기부터 자본성증권 발행을 대거 늘린 것은 국내외 금리인하가 전망되자 선제적인 자금 확보를 통해 건전성을 관리하려는 행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준 금리 1% 인하 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K-ICS 비율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각각 25%포인트, 30%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더해 미국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으로 국제적 증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수익을 견인했던 투자손익의 악화도 우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보험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생·손보 모두 보험손익은 악화됐지만 투자손익이 크게 개선되면서 당기순이익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한 보험사의 건전성 개선 활동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기존 K-ICS 비율 규제 조건은 완화하는 대신 기본자본 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제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발표한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에서 기존 150%였던 K-ICS 비율 기준을 최대 20%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기본자본에 대한 K-ICS 의무비율을 도입할 방침이다. 자본성증권을 통해 확보되는 보완자본은 높은 이자 비용을 초래할 수 있기에 기본자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본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업계에선 해외 주요 국가들이 기본자본 K-ICS 비율을 50~70%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역시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 중이다. 문제는 기본자본 비율이 70%로 정해진다면 일부 대형 보험사도 간신히 기준을 충족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기본자본 K-ICS 비율이 50%를 하회했던 보험사는 7곳으로 확인됐다.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iM라이프 ▲IBK연금보험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이 해당됐다. 대형사 중에선 현대해상이 57.5%로 70%를 하회했다. 한화생명은 73.8%를 기록하면서 70%를 소폭 상회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본격적인 규제 도입에 앞서 보완자본 확충 대신 기본자본을 확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기본자본 개선을 위해선 이익잉여금을 확보하거나 유상증자를 진행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이뤄지기 어렵다. 이로 인해 일부 보험사들은 배당을 중지하거나 축소하는 방법을 통해 자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요구자본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공동재보험’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 상태로 기본자본 규제를 도입하게 되면 중·대형 보험사도 기준에 미달할 수 있어 계속해서 당국과 조율 중이다”며 “회사 차원에선 기본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방법을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여러 리스크와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돼 아직 결정하진 못하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