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 압박에 점포 폐쇄를 멈춘 은행권이 운영비 절감을 위해 현금인출기(ATM) 등 자동화기기 감축을 지속하고 있다. 고령층의 금융접근성 위축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시중은행들은 무인점포, 제휴 점포 확대 등 대안 마련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ATM 등 자동화기기 대수는 2만4012대로 1년 전과 비교해 1176대가 줄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5791대에서 5492대로 가장 많은 299대를 줄였다. 이어 농협은행이 5091대에서 4804대로 287대, 우리은행이 4747대에서 4472대, 신한은행이 5877대에서 5718대로 159대를 줄였다.
하나은행은 3534대에서 3526대로 8대를 감축하는 데 그쳤다. 1년 새 ATM기는 58대 줄였지만 기타 자동화기기를 44대 늘리면서 감소분이 상쇄된 결과다.
은행 자동화기기 감소 추세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9년 3만475대 였던 5대 은행의 자동화기기가 4년 만에 21.2%가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확연하다. 모바일 등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자동화기기 이용률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1대 당 매달 100만원 이상 소요되는 운영비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동일한 이유로 최근 몇년간 점포폐쇄 가속화했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 ‘은행 점포 내실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2020년 236곳, 2021년 237곳, 2022년 194곳의 점포를 폐쇄했던 5대 은행은 지난해 65곳을 폐쇄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지난해 2분기 이후 폐쇄된 곳은 7곳에 그쳐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ATM 등 자동화기기 폐쇄에는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아 지난해만 해도 하루 3대 꼴로 사라지는 등 감소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은행의 ATM 등 자동화기기 감축은 점내 365일 코너 폐쇄로도 이어지고 있다. 365일 코너는 ATM 등 자동화기기가 설치돼 심야시간대나 주말에도 입출금과 현금서비스, 송금, 예금 조회와 공과금 납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365일 코너는 총 3329곳으로 1년 새 296곳이 폐쇄됐다. 특히 국민은행의 감소세가 눈에 띈다. 2022년 말 618곳이던 국민은행의 365일 코너는 지난해 339곳으로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다른 은행은 소폭 줄이는 데 그쳤고 하나은행은 622곳에서 627곳으로 되레 늘렸다.
다만 이는 은행 직원이 관리하던 365일코너를 용역업체에 관리를 넘기면서 운영기기 대수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면서 생긴 오차라는 설명이다. 통계치에는 누락됐지만 국민은행의 365일코너는 용역에서 관리하며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직접 자동화기기를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외주에 맡기고 직원은 고객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ATM 등 자동화기기 감축에도 불구하고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해 무인점포 수와 제휴처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1년 말 739곳이던 국민은행의 무인점포는 2022년 말 871곳, 지난해 988곳으로 크게 늘었다. 또 국민은행은 자체 ATM기기 4329대와 별개로 브랜드 제휴 기기 1505대를 운영 중이다. 2만여 대의 기기를 보유한 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과도 제휴를 맺어 자체 ATM과 동일한 수수료를 적용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편의점 제휴 등을 통해 현금 이용 고객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고객의 편의성 개선을 위해 무인점포인 ‘디지털EXPRESS’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제공 서비스도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기존 영업점을 철수한 지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위주로 디지털EXPRESS를 개설해 전국적으로 10곳을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위주로 올해 안에 디지털EXPRESS를 33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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