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채널·디지털 환경을 확산하기 위해 도입한 디지털 무인점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면서 디지털 무인점포를 대체수단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통해 은행이 대체점포 없이 영업점을 폐쇄할 수 없도록 했다.
은행은 앞으로 점포를 폐쇄하기 이전에 점포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폐쇄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점포 폐쇄를 결정한 때에는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점포 폐쇄 이전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동점포·소규모점포·이동점포·창구제휴 등이다.
무인자동화기기(ATM)은 대체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ATM은 그간 점포 폐쇄 시 대체수단으로 활용돼 왔으나 현금 입·출금 등 아주 기본적인 업무만 가능해 창구 업무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당국 판단이다.
다만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은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STM은 영상통화, 신분증스캔 등 본인인증을 거쳐 예·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 수행할 수 있다.
STM의 경우 소비자의 불편이 낮은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적용할 수 있으며 안내직원을 두거나 사용법 교육을 실시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은행권에서는 점포 폐쇄 시 대체수단으로 인정되는 여러 점포 유형 중 STM를 활용한 디지털 무인점포에 주목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동점포·창구제휴 등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수를 많이 늘리기 어렵다”면서 “반면 디지털 무인점포는 기존 영업점에 STM을 배치하고 전담 직원을 두면 되기 때문에 전환이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시중은행들은 점포 폐쇄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지털 특화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무인점포 개념인 ‘KB디지털셀프점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무인점포 겸 지역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하나 톡톡 라운지’를 지난해 선보였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부터 초소형 무인점포 ‘디지털 익스프레스점’ 수를 늘리는 중이다.
시중은행 중 디지털 무인점포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신한은행이다. 현재 신한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 점포 유형만 ‘디지로그 브랜치’, ‘디지털 라운지’, ‘디지털 맞춤영업점’, ‘디지털 출장소’, ‘편의점 혁신점포’ 등 다섯 종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점포 통폐합 전에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화상 상담을 통해 창구 업무의 90%를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데스크를 만들었다”며 “디지털 기기로만 이루어진 무인점포인 디지털 라운지의 경우 사실상 은행 업무 거의 대부분을 할 수 있어 점포 폐쇄에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TM을 활용한 디지털 무인점포가 점포 폐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영업점을 주로 찾는 고령층의 경우 STM 활용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3일 성명서에서 “2021년 2월 이미 금감원은 점포 폐쇄 대체수단으로 ATM, 타 금융사 창구업무 제휴, 소규모 점포, STM 등을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전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실제 점포 폐쇄 사례 중 은행측이 STM을 설치해 주겠다고 했지만 고령층이 다수 포함된 지역 주민들은 은행원의 근무를 요구하며 은행 본사 앞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TM은 안내직원 유무와 관계없이 은행점포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STM은 대체수단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외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 대상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점포폐쇄 지역의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인터넷뱅킹 및 키오스크 사용법을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교육 신청 방법도 안내한다”며 “대체수단으로 STM을 활용하는 경우 일정기간 지원인력이 상주해 기기사용에 대한 지원 및 교육을 실시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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