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소송하고, 일단 공사부터'..천태만상 서울 재건축 사업장

재건축, '부럽다'는 옛말..공사비 인상에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
애초 계약했던 공사비에서 2배 인상하는 사례도
커진 분담금 부담에 시공사 해약까지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3.28 10:14 의견 0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신축 아파트에 그것도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로 입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러움의 시선을 받던 재건축 조합 단지들 사이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분담금이 커지는 상황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를 비롯해 노원 상계주공5단지, 반포주공1·2·4주구 등이 공사비 인상에 따른 건설사와 조합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는 시공사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 조합 간 공사비 분쟁으로 준공 일자가 미뤄질 예정이다. 시공사가 3.3㎡당 공사비를 기존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제시하자 조합이 이를 거부했다. 이후 시공사에서는 823만원을 다시 제시한 상황이다. 해당 가격을 조합 측이 받아들일지는 오는 4월 총회에서 결론 난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2·4주구도 시공사 현대건설이 최근 조합에 인건비와 자재비 인상과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총 4조원의 공사비를 청구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다면 3.3㎡당 548만원이었던 공사비가 829만원으로 뛰게 되지만 조합이 거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업 지연 손실을 감안해 조합은 우선 착공 후 공사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상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건설 원자재비 급등, 인건비 상승 등 요인으로 공사비를 올려 받지 않으면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4.6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 공사비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통계다.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건설업 임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건설업 근로자의 하루 평균 임금은 27만789원으로 2021년 1월(23만1779원)보다 16.8%가량 뛰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기준과 노동자 근로기준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잿값까지 뛰니 부실위험을 떠안지 않으려면 공사비를 증액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해를 보고 공사를 진행할 수는 없다는 전제다.

조합 입장에서도 건설사가 제시한 공사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애초 일반 시장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브랜드 신축 아파트, 또 더 큰 평형대로 이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이제는 가구당 분담금만 수억원씩 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자료=연합뉴스)

어떤 경우는 오히려 인근 시세보다 분담금이 더 큰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전용 31㎡ 기준 가구당 5억원의 분담금을 통보받았다. 이에 기존 시세(4억6000만원)보다 분담금이 더 높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실거래가를 보면 37㎡가 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외에도 5억원에서 5억2000만원 선 호가에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고 있다. 이는 2021년 8월 최고가(8억원) 대비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또 이 단지조합은 애초 계약했던 GS건설과의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고 있다. 기존 지상 5층, 840가구 단지를 재건축 해 지상 최고 35층, 996가구 신축 아파트로 바뀔 예정이었던 이 곳은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이 치솟자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한 후폭풍도 만만찮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시행사와 정비사업위원장을 상대로 6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와 같은 가격은 입찰보증금에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이 합해진 요인이 반영된 결과값이다.

건설사와 조합 간 극적타결을 본 사례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제3구역 조합은 시공사 현대건설과 최근 협상을 마무리했다. 홍제3구역은 재건축 후 최고 25층, 11개 동 634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홍제3구역에 애초 지난 2020년 계약할 때, 3.3㎡당 512만 원 수준의 공사비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2022년 687만원, 지난해 898만6400원으로 공사비를 3년 새 약 76% 인상하고 나섰다. 이에 1년간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시공사 계약 해지 목전까지 갔었다. 다만 최근 협상을 통해 3.3㎡당 784만원에 잠정 협의했다. 이르면 다음 달 말 총회를 열고 공사비 안건에 대한 조합원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조합이 고급 마감재나 특화설계 등 일부를 포기하면서 공사비를 100만원 가까이 낮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시공사 선정에 들어가면 사실상 계약 해지까지 과정이 쉽지 않고 건설사도 공사비 인상을 하지 않으면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며 "조합이 적정 공사비 지급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사업과 분양 지연 리스크가 있어 이 피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변경, 마감재 변경,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상승에 대해 건설사와 조합 간 현명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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