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서울 여의도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한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를 직접 찾았다. 여의도 상징성을 가져오려는 현대건설과 또 다른 도전자 포스코이앤씨의 자존심을 건 주 경쟁이 어떻게 끝날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윤 대표는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찾아 현장 임직원들에게 "초격차 랜드마크 건설이라는 현대건설만의 독보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지난해 1월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후 용적률 600%, 최고 56층 이하, 총992가구 단지로 거듭날 수 있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윤 대표는 현장에서 "내 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총력을 다해 달라"며 "원가를 초과하더라도 최고 품질과 소유주에게 제시한 개발이익을 극대화한 사업 제안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있는 첫 재개발 아파트인데다 한강을 마주 보고 있어 입지 요건이 좋기 때문에 상징성이 크다"며 "한양은 회사 주택 사업에서 핵심적인 사업지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한강변 H벨트'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의도 한양, 반포, 한남, 압구정으로 이어지는 한강변에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건설사 대표가 현장을 직접 찾는 것은 이례적지만 현재 현대건설 행보를 볼 때 무리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 단지에 눈독 들이고 있는 곳은 현대건설뿐만이 아니다. 포스코이앤씨도 저렴한 공사비를 내세우며 '여의도 1호' 상징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 입찰의 승자는 누가 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는 현대건설이 2위로 포스코이앤씨를 앞선다. 하지만 포스코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와 함께 현대건설보다 낮은 3.3㎥ 당 798만원이라는 공사비를 제시했다. 또 총사업비 1조원 책임조달과 하업비 우선상환 등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를 제안하고, 공사비로는 포스코이앤씨보다 26만원 높은 3.3㎥ 당 824만원을 제시한 상태다. 글로벌 설계 디자인 그룹 SMDP 및 조경 디자인 그룹 SWA와 협업해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는 설계를 구상하고 있다.
두 건설사에서 제시하고 있는 가격이 최근 3.3㎥ 당 기본 건축비가 약 670만원 선까지 올라간 것을 감안하면 입지 조건을 따져봤을 때, 크게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오는 23일 이 단지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소유자 전체회의가 열린다.
현대건설 수장이 직접 나서 여의도 한양 수주 입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포스코이앤씨는 일반분양 수입 발생 시 소유주 환급금 지급과 사업비 대출을 선상환한 이후 공사비를 받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했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공사는 일반분양 수입 발생 시 공사비 우선 상환이라는 조건을 제안함으로써 소유주 입장에서 환급금 지급과 사업비 대출 상환 시기가 뒤로 미뤄져 각종 이자비용이 증가한다"며 "회사는 환급금이 발생하는 경우 일반분양 계약금, 중도금, 잔금 각 시점마다 환급금을 우선 지급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경우 분양성과 사업성이 우수해 환급대상자가 많은 만큼, 대다수 소유주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설명이다. 또 여의도 한양의 공사 기간이 약 57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사업비 대출을 선상환함으로써 막대한 이자 비용을 절감하는 만큼, 환급금이 더 증가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승자를 떠나서 오랜만에 재건축 사업에 적극적인 건설업계의 반응은 최근 시장 분위기를 봤을 때 이례적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시장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등 공사비 급등 요인으로 건설사들이 과거에 비해 정비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자체적으로 공사비를 증액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지도 있다.
‘신반포27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6일 두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내면서 3.3㎡당 공사비를 908만원에서 959만원으로 상향했다. 1월 말 진행한 첫 번째 시공사 입찰이 무응찰로 유찰됐기 때문이다.
1월 말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도 3.3㎡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 단지는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두 건설사가 여의도에 랜드마크 아파트를 처음으로 공급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라며 "일종의 광고효과이고 자존심이라고 볼 수 있다. 압구정과 여의도에서 특히 이런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강남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삼성물산 래미안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여의도 재건축 시장에 누가 됐든 첫 깃발을 꽂는다면, 하이엔드 브랜드로써 한 번 더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 촉진 2-1구역에서 삼성물산 건설 부문을 꺾은 포스코이앤씨와 고가주택시장에서 상징성을 가지기 위해 적극적인 현대건설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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