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재건축 1호 단지 '한양아파트'에 포스코이앤씨를 꺾고 현대건설이 마침내 깃발을 꽂았다. '여의도 한양' 수주를 따낸 현대건설이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명성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은 전날 소유주 전체회의를 열고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선택했다.
한양아파트 소유주 587명 중 548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현대건설이 314표(57.3%), 포스코이앤씨는 231표를 받았다. 3표는 기권 및 무효표였다.
이로써 한양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사업지 중 정비계획 및 구역 지정 고시를 최초로 획득하고 가장 먼저 시공사를 선정하게 됐다. 이 아파트는 향후 현대건설 시공으로 기존 588가구가 최고 56층, 5개동 992가구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이번 한양아파트 재건축에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큰 관심을 보여왔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아파트 단지를 직접 찾아 최고 품질과 개발이익을 극대화한 사업 제안을 반드시 지켜줄 것을 당부하며 막판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을 보였다.
또 동일 평형 입주민에게는 분담금 0원, 100% 환급금 3억6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함께 미분양 물량이 발생할 시 건설사가 떠안겠다고 공략하며 수주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여의도에는 현재 16개 단지의 재건축 아파트가 있다. 모두 1970년대에 지어져 약 50년 차가 된 아파트들이다. 이 가운데 한양이 처음으로 현대건설을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1호 재건축 아파트가 될 전망이다.
■ 한양아파트에 유독 관심 갖는 이유
최근 3.3㎥, 쉽게 말해 평당 공사비를 800만~900만원대로 상향해서 부르는 재건축 조합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대형건설사들이 한양아파트 정비사업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제시한 공사비만 봐도 그렇다. 이번 한양아파트 수주 경쟁에서 포스코이앤씨는 평당 798만원, 현대건설은 824만원을 제시했다. 두 건설사에서 제시한 가격이 최근 3.3㎥ 당 기본 건축비가 약 670만원 선까지 올라간 것을 감안하면 입지 조건을 따져봤을 때 크게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게 업계 평가였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높은 가격에도 원자잿값 인상 등 요인으로 쉽게 정비사업에 나서지 않는 건설사들이 이와 같은 가격을 제시한 건 이 아파트의 입지와 상징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과 여의도에 랜드마크 아파트를 처음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상징성이 건설사들의 브랜드 광고효과에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의도 한양을 선점하면 인근 목동과 강남 등 핵심 사업지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번 수주경쟁에서 승리한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2015년부터 내세운 '한강변 H벨트' 구상 실현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 반포, 한남, 압구정으로 이어지는 한강변에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경쟁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를 제안하고 글로벌 설계 디자인 그룹 SMDP 및 조경 디자인 그룹 SWA와 협업해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시공능력평가 2위지만, 상대적으로 명성에 비해 서울 한강변이 내려다보이는 주요 입지 고가 아파트 브랜드 경쟁에서 살짝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며 "이번 한양아파트 수주로 여의도를 가져가게 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남권 하이엔드 브랜드는 삼성물산 '래미안'과 DL이앤씨의 '아크로'다. 반포동 한강변단지 아크로 리버파크와 래미안 원베일리 등이 고급 주거단지로 손꼽히고 있다. 현대건설도 '디에이치'를 통해 강남권에서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이들 단지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개포동에 위치한 디에이치 아너힐즈,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일원동에 있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 디에이치 포레센트 등을 시공했다. 하지만 이들 단지는 반포동 한강변에 있는 아크로 리버파크와 래미안 원베일리에 비해 가격대가 낮게 형성돼 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이번에 여의도 한양을 수주하게 되면서 올해 착공예정인 반포동 한강뷰단지로 주목받고 있는 디에이치 클래스트와 함께 브랜드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 한양 재건축 시작하면 나타날 효과와 우려 요인은?
신축아파트가 귀한 여의도에서 한양아파트 재건축으로 새롭게 고급단지가 형성되면 인근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의도에 들어선 고급 주거단지 '여의도 브라이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의도 브라이튼은 지난해 10월 입주가 시작된 단지로, 여의도 지역에서는 18년 만의 신축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브라이튼 여의도 아파트에서 가장 작은 평수인 35평 전세가는 16억에서 19억사이에 형성돼 있다. 현재 가장 신축인 여의도 브라이튼과 한양아파트는 수정아파트를 사이에 두고 도보로 10분 안팎 거리에 있다.
전문가들은 한양아파트가 향후 고급브랜드를 단 단지로 탈바꿈됨에 따라 평당 가격이 상승하면 인근 아파트 매매와 전세 시세도 따라서 움직일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현재 한양아파트에서 가자 작은 평수대인 34평형 매매가는 19억8000만원에서 21억4000만원까지 분포돼 있다.
시세 상승 등 한양아파트를 두고 고조되는 분위기와 별도로 환급금 지급에 대한 우려가 존재해 눈길을 끈다. 애초 포스코의 경우 같은 조건이라면 분양수입이 발생할 시 소유주들에게 먼저 환급금을 지급하고 사업비 대출까지 상환한 뒤 공사비를 가져가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반대로 현대건설은 분양수입금에서 공사비를 먼저 수금하고 환급금은 입주 시 지급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환급금 지급이 생각만큼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존재한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시공사를 선정한 이후에 시공사가 갑, 조합이 을인 상황이기 때문에 공사비 인상 등을 둘러싼 갈등도 많고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도 공사비 협상을 하지 못한 채 착공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향후 공약 이행 여부는 보수적으로 접근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은 반포동 810일대 기존 2120가구를 허물고 지상 최고 35층짜리 50개 동, 총 5388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조합이 시공사 입찰공고를 낸 2017년 당시 공사비는 3.3㎡당 541만원, 약 2조6411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지난 2월 조합 측에 1조4000억원을 증액한 4조원, 3.3㎡당 820만원 가량으로 공사비를 새로 제시하면서 조합 내부에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실 공약을 한 상황에서 환급금을 주지 않는 것 자체가 계약 위반이어서 일각의 우려는 음해성 추측으로 보인다"라며 "복층과 테라스 구조 등 고급 오피스텔 분양을 통해 일반분양 수입을 극대화함으로써 공사비를 제외한 뒤 소유주 세대당 평균 3억6000만원을 추가로 환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은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한다"며 "그 어떤 순간에도 최고를 지향하며 동일평형 입주 시 100% 환급이라는 소유주님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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