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윤종규’ 놓고 무한경쟁 돌입..KB금융, ‘3인 부회장+총괄부문장’ 체제로

3인 부회장·총괄부문장 담당 4개 비즈니스그룹 체제 개편
양종희·허인·이동철 부회장 3각구도에 박정림 총괄부문장도 참전
3인 부회장 담당 업무 서로 뒤바뀌어..윤종규 회장, 경영수업 복안
“차기 회장 경영수업이자 시험대..사업부문 성과 놓고 승계 경쟁”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2.29 11:22 의견 0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허인 KB금융그룹 회장, 이동철 KB금융그룹 회장, 박정림 KB금융그룹 총괄부문장 [자료=KB금융그룹]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그룹이 세명의 부회장과 총괄부문장을 중심으로 사업부문을 재편했다. 이들 4인은 새롭게 맡은 사업부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포스트 윤종규’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날 기존 8개 사업부문(Business Unit)을 세 명의 부회장과 총괄부문장이 담당하는 4개의 비즈니스그룹(Business Group) 체제로 재편했다.

4개의 비즈니스 그룹은 ▲허인 부회장이 담당하는 개인고객·WM(자산관리)연금부문·SME(소상공인)부문 ▲이동철 부회장이 담당하는 글로벌·보험부문 ▲양종희 부회장이 담당하는 디지털·IT부문 ▲박정림 총괄부문장이 담당하는 자본시장·CIB(기업투자금융)부문으로 나뉜다.

이번 개편으로 앞서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예정됐던 허인·이동철 부회장의 승진이 이뤄졌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양종희 부회장의 연임도 확정됐다. 눈에 띄는 것은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총괄부문장 승격이다.

박 대표는 기존에 KB증권 대표와 지주의 자본시장부문장을 겸직해 왔는데 자본시장과 CIB부문을 총괄하는 총괄부문장으로 승격했다.

은행·카드·보험 출신의 3인 부회장 중심으로 그룹의 사업부문이 재편되다보니 증권 사업부문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총괄부문장은 직위상 부회장의 아래에 해당하지만 비즈니스그룹의 한축을 담당하면서 사실상 3인의 부회장과 동등한 역할이 부여됐다.

KB금융 관계자는 “총괄부문장은 그룹 차원의 투자·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고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등 그룹 내 투자부문의 조정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인 부회장들의 담당 업무가 뒤바뀐 점도 눈길을 끈다. 기존에 양 부회장은 보험 및 글로벌 부문장을 담당했었다. 허 부회장과 이 부회장도 은행장과 KB국민카드 대표 시절 각각 지주의 디지털혁신부문장과 개인고객부문장을 겸직했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에서 양 부회장은 허 부회장이 담당했던 디지털·IT부문을, 허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담당했던 개인고객부문을, 이 부회장은 허 부회장이 담당했던 보험·글로벌 부문을 새로 맡게 됐다.

이에 대해 KB금융은 “조직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라며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후계자 육성을 위한 '경영수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은 핵심인사에 대해 다양한 역할을 맡기는 방식으로 경영수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허인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은 국민은행장 취임 전에는 장기신용은행에서 주로 기업금융을 담당했었다. 그러다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여신심사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 경영기획그룹대표, 영업그룹대표 등 은행 핵심업무를 두루 거친 뒤 은행장 바톤을 이어 받았다.

이번에도 3인 부회장에게 새로운 사업부문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시각을 넓히고 역량을 강화하도록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KB금융의 3인 부회장과 총괄부문장 중심의 조직개편은 일종의 경영수업이자 시험대로 보인다”면서 “3인 부회장과 총괄부문장이 새로 담당한 사업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로 승계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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